학원 24시간 교습 조례 개정 추진 이전에도 새벽 3시까지 운영했던 한 학원의 새벽 귀가모습 ⓒ 바이러스 자료사진
[교육] 학원 심야운영 자율화 실행, 가상 하루 일기
서울시의회에서는 초·중·고교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의 교습시간을 무제한 허용하겠다는 조례안을 낸 바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바이러스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례가 통과되었을 때를 가상해 쓴 일기입니다.
4월 20일 앞으로 중간고사가 일주일 남았다. 사실 지난 번에 봤던 일제고사로 내 성적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좀 더 학원을 열성적으로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제고사는 내신에 반영되지 않지만, 중간고사는 반영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나만 학원에 다니는 게 아니니까...
근데 학원에 다니면서 불만이 생겼다. 바로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야 한다는 점! 쉬지도 못하고 옷도 못 갈아 입고... 초등학교 때는 집에 와서 밥도 먹고 게임도 좀 하고 학원에 갔는데... 뭐 중학생이니까, 공부를 더 해야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시험범위를 다 외우지 못하면 애들을 새벽 3,4 시까지 남긴다. 뭐, 학원을 24시간 운영해도 된다고 법으로 정해졌다고 하던가? 아마도 집에 가서 공부 안 하고 있을 거 뻔히 보이니까 계속 남기는 거 같다.
어제 학원에서 열심히 범위를 다 외워서인지 오늘은 다행히도 12시까지밖에 수업을 안 한다. 좀 쉴 수 있겠다! 12시, 학원에서 빠져나와 버스를 곧장 탔다. 빨리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지 집까지 편히 갈 수 있으니까~ 학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했다. 우리 집은 골목길을 한참 걸어야 나오기 때문에 밤에 혼자가면 무섭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엄마는 혼자서 오라고 한다. 첫 딸이 집에 늦게 가는데도 신경을 안쓰나.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발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아저씨가 내 뒤에 서 보일락 말락 걸어오고 있었다. 터벅터벅. 난 점점 더 걸음을 빨리하며, 최대한 빛이 많이 비추는 벽 쪽으로 몸을 붙이며 걸었다. 내가 걸음을 빨리하자 갑자기 뒤에 오는 아저씨도 걸음을 빨리한다. 왠지 모를 이 찝찝한 기분. 자신의 길을 가기보단 나의 뒤를 쫓는다는 기분이 더 와 닿았다. 난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머릿속에는 뉴스에서 매일 떠들어대는 유괴, 살인, 강간 사건만이 계속 맴돌 뿐. 뒤에서 따라오던 아저씨가 내 어깨를 잡으며 갑자기 말을 걸었다. 난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킬수없었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보지도 않은 채 집으로 뛰어갔다. 내가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아마 지금 뛴 달리기로 이어달리기를 나갔다면 1등을 했을게 분명하다. 쿵쾅쿵쾅 쿵쿵쿵쿵!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문열어죠!!!” 놀라서 뛰어나온 엄마는 문을 열고 날 들여 보냈다. “바영아, 무슨 일이야 응?” “엄마, 나 집에 오는데 어떤 변태 아저씨가 뒤에서.. 뒤에서!!! 내가 나오라고 했잖아!!!” 난 놀란 심장을 진정 시킬 수 없었다. 아 내일은 학원 더 늦게 끝나는데...학원 가기 싫어... 윤선영 기자 happie89@naver.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어제 학원에서 열심히 범위를 다 외워서인지 오늘은 다행히도 12시까지밖에 수업을 안 한다. 좀 쉴 수 있겠다! 12시, 학원에서 빠져나와 버스를 곧장 탔다. 빨리 좋은 자리를 선점해야지 집까지 편히 갈 수 있으니까~ 학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엄마한테 전화했다. 우리 집은 골목길을 한참 걸어야 나오기 때문에 밤에 혼자가면 무섭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엄마는 혼자서 오라고 한다. 첫 딸이 집에 늦게 가는데도 신경을 안쓰나.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발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아저씨가 내 뒤에 서 보일락 말락 걸어오고 있었다. 터벅터벅. 난 점점 더 걸음을 빨리하며, 최대한 빛이 많이 비추는 벽 쪽으로 몸을 붙이며 걸었다. 내가 걸음을 빨리하자 갑자기 뒤에 오는 아저씨도 걸음을 빨리한다. 왠지 모를 이 찝찝한 기분. 자신의 길을 가기보단 나의 뒤를 쫓는다는 기분이 더 와 닿았다. 난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머릿속에는 뉴스에서 매일 떠들어대는 유괴, 살인, 강간 사건만이 계속 맴돌 뿐. 뒤에서 따라오던 아저씨가 내 어깨를 잡으며 갑자기 말을 걸었다. 난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킬수없었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보지도 않은 채 집으로 뛰어갔다. 내가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아마 지금 뛴 달리기로 이어달리기를 나갔다면 1등을 했을게 분명하다. 쿵쾅쿵쾅 쿵쿵쿵쿵!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문열어죠!!!” 놀라서 뛰어나온 엄마는 문을 열고 날 들여 보냈다. “바영아, 무슨 일이야 응?” “엄마, 나 집에 오는데 어떤 변태 아저씨가 뒤에서.. 뒤에서!!! 내가 나오라고 했잖아!!!” 난 놀란 심장을 진정 시킬 수 없었다. 아 내일은 학원 더 늦게 끝나는데...학원 가기 싫어... 윤선영 기자 happie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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