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청소년이 바라본 유해매체 판정, “이젠 바꾸자”

등록 2008-12-03 14:54

[청소년칼럼] 청소년 의견 반영 없는 유해 매체 분류, 문제있어
Skyjet님은 만화 중심의 만화 언론 ‘만’(http://www.mahn.kr)기자이자 고등학생입니다. - 편집자 주

사전심의 제도 폐지시킨 서태지와 아이들 팬들

1996년, 기억 나십니까? 정태춘의 ‘오, 대한민국’ 을 필두로 시작한 음반 사전 심의 논쟁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시대 유감’이 가사 심의에 걸리고 나서 음반에 ‘가사를 완전히 제거한’ 상태로 발매한 것으로 폭발했습니다.

‘시대 유감’ 전 만해도 일부 음악 평론가와 정태춘 씨, 그리고 재야 활동가만 참여했던 사전 심의 폐지 운동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들이 모여 공연 및 음반물, 영상물의 심의를 담당하던 ‘한국공연윤리위원회’ (이하 공륜)에 집단으로 항의 성명서를 보냈습니다. 마침내 1997년 헌법 재판소는 오랫동안 한국 대중 문화의 발목을 잡아오던 사전 심의 제도에 위헌 판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전 심의 폐지로 많은 것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것은 ‘청소년 보호법’ (이하 청보법) 이라는 김영삼 정권 말기의 무시무시한 악법이었습니다. 당시까지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으로 ‘미성년자 보호법’, 그것도 거의 사문화된 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청보법은 청소년 인권 단체에는 좋은 법이었습니다.

단, 안 좋은 것은 청소년보호위원회(현 보건복지가족부 산하)가 심의를 하여, 청소년에 ‘유해’한 것으로 판정이 나면 당장 그 작품을 판매 금지하고 심지어는 그 작품을 만든 창작자를 ‘구속’하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검열’이나 다름없는 법을 다시 만들어 낸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만화를 그리는 것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금지했습니다. 그리하여 성인 만화 잡지 ‘트웬티세븐’(당시 도서출판 대원[현, 대원씨아이] 발행) 와 ‘미스터블루’(당시 세주문화사 발행)가 곧장 폐간되었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건인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는 당시 유명했던 스포츠 신문에서 절찬리에 연재했던 만화였음에도 불구,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구속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은 2002년에 ‘불명확한 유해’ 조항으로 인해 청소년 보호법이 수정을 하고나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왜 일어 났을까요? 분명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보호’하는 좋은 법일텐데 말입니다. 그것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심의 의원과 심의 기준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청소년 보호 위원회는 도서, 만화, 음반, 공연, 방송, 게임, 영화를 망라하여 문화 산업의 전 분야를 심의 했었는데, 문제는 정작 담당 심의 분야 관련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부분에도 청소년 유해 매체 판정을 남발했고 문제가 심해지자 담당 심의 업무를 서서히 관련 위원회로 이관하기에 이릅니다.

그럼 현재는 어떻게 심의가 이루어 지고 있을까요? 일단 게임과 영화는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만족할 정도로 심의 기준이 명확해지고 많이 완화 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영상물 등급 보류’가 위헌 판정을 받음에 따라 게임, 영화는 오히려 ‘심의 기준이 너무 낮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유로워 졌습니다. 이것은 심의 이관 사례 중의 좋은 사례에 속하겠습니다.

반면 도서의 경우에는 아직도 문제를 듣고 있습니다. 아직도 만화를 차별하는 사례는 여전합니다. 또한 게임,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도 자유롭게 접할 수 있고 홍보가 가능한 반면에 도서는 무조건 앞면과 뒷면에 ‘18세 미만 구독 불가’를 달고, 보지 못하도록 꽁꽁 싸야 합니다. 이로 인해 출판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영상물에만 특혜를 주냐면서 현 상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문제가 되었던 초유의 ‘판매 금지 처분’ 소설로 오츠이치의 ‘GOTH’가 있습니다. 이후 18세 미만 구독 불가로 바뀌기는 했으나, 다른 소설보다 잔인한 정도가 약했고, 정작 웃긴 것은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만화판은 판매 금지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소설을 재현한 만화가 더 유해하지 않을까요?

요즘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음반은 어떨까요. 분명, 96~98년의 상황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직접 심의를 하고 있는 터라 이해가 되지 않는 심의의 비율이 많습니다. 게다가, 당시에 지적되었던 문제인 심의 위원에 관련 종사자가 하나도 없는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위원 구성
(http://www.kmrb.or.kr/committee/member1-3.asp)
전체 위원 9명 중에서 관련 업무 종사자 4명 (44%)

-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 위원 구성
(http://www.grb.or.kr/Committee/Committee.aspx)
전체 위원 12명 중에서 관련 업무 종사자 2명 (17%)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 위원 구성
(http://www.kpec.or.kr/Site/inc/kpec.asp?menuKMCD=KP0003&subKMCD=KP0161&subName=COMPANY)
심의 위원회 위원 35명 중에서 관련 업무 종사자 8명 (23%)

-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심의 위원 구성
(http://www.mw.go.kr/front/jc/sjc0113mn.jsp?PAR_MENU_ID=06&MENU_ID=0613030401)
전체 위원 11명 중에서 관련 업무 종사 0명 (0%)

물론, 관련 업무 종사자의 경우 약하게 심의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겠지만, 적어도 관련 산업이 어떤 상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심의하는 것보다는 더 합리적일 수 있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판결이 날 것입니다. 다른 위원회의 관련 업무 종사자 비율이 대체로 20~40%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아무도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심의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청소년 의견 반영 없는 유해매체 심의

그리고, 심의를 하는 각 위원회들은 정작 청소년들이 보고 듣는 매체 심의에 청소년들의 참여를 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유해’를 심의하는데, 그 대상인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의를 담당하는 어른들이 청소년기를 겪었다고 해도, 그들이 느끼는 생각은 지금 청소년들에 비하면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겪은 60~80년대는 매체에 대한 자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동방신기의 ‘주문 - MIROTIC’이나 비의 ‘Rainism’, 다이나믹 듀오, 솔비의 노래가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사건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는 96년의 재림을 다시 한 번 기다립니다.

어른들에게서 노래만 좋아한다고 구박을 듣던 중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단순히 ‘심의위원들에게 거슬린다는’ 이유로 공연 금지 처분을 받았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들은 심의 철폐 운동과 결집하여 결국에는 한국 대중 음악사에 한 줄기 획을 그었습니다.

그 당시에 서태지를 좋아하던 많은 팬들과, 지금의 팬덤(동방신기의 카시오페아나 비, 다이나믹 듀오, 솔비의 팬클럽 등)이 지금 잘못된 형식으로 벌어지고 있는 음반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를 바꿔 놓기를 빕니다.

물론, 저를 포함한 관련 업무 종사자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좋은 노래,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아무런 제약 없이 듣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Skyjet 66950@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