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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광우병 촛불집회의 주역, 청소년

등록 2008-12-19 14:01

청소년이 있었기에 촛불집회는 가능했다. 사진은 지난 5월 3일 열린 촛불집회.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소년이 있었기에 촛불집회는 가능했다. 사진은 지난 5월 3일 열린 촛불집회.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사회] [2008 기획] 세상을 바꾼 청소년
청소년이 있었기에 시작했고, 청소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8년 올 한해 우리 국민을 가장 뜨겁게 했던 것은 광우병 촛불집회였고, 이 모든 것은 모두가 주저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청소년, 바꿀 수 없다는 벽을 깨다

사실 기성세대는 움찔했다. 진보 세력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숨죽였다. 모두가 ‘당분간은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소년은 달랐다.

청소년은 이것저것 재지 않았다. 옳고 그른 것을 가지고 판단했고, 옳은 것을 위하여 움직일 줄 알았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한국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논란보다는 분통에 가까웠다. 청소년들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실망했고,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했다.

청소년은 이것저것 재지 않았다. 가족의 건강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선 청소년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소년은 이것저것 재지 않았다. 가족의 건강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선 청소년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청소년이 모이는 공간이면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청소년이 가장 먼저 한 실천은 자신이 소속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광우병 때문에 우리가 죽으면 어떡하죠?”, “우리는 죽어도, 우리 가족들은 죽어선 안되잖아요.”, “건강에 좋지 않다는데, 대통령은 왜 자꾸 수입하려고 하는 거에요?”

인터넷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나 광우병에 대한 정보는 빠르게 흘러나갔고, 이 정보는 다시 교실로 흘러들어갔다.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문도 퍼졌다. 청소년이 거리에 나서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5월 당시 청소년 인터넷 카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우려하는 글들로 넘쳐났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5월 당시 청소년 인터넷 카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우려하는 글들로 넘쳐났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촛불집회 내내 펼쳐진 청소년의 활약

5월 2일, 3일 청계광장에 모인 청소년 수는 만여 명을 훌쩍 넘었다. 이날은 촛불에 참여한 시민들이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촛불집회이기도 하다. 2일 처음 집회에 나와 정신없었던 청소년들은 3일 집회를 주도했다. 100일을 훌쩍 넘게 진행한 촛불집회는 이렇게 시작했다.

경기도에서도 강원도에서도, 저 멀리 부산에서도 청소년은 서울로 올라왔다. 집회에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피켓을 제작했다. ‘너나먹어 미친소’와 같이 기성세대 집회에선 볼 수 없었던 참신한 구호들이 나왔다.

청소년들은 촛불집회에 진지했다. 집회가 끝났지만, 집에 돌아가지 않고 광화문 근처에서 자체 쇠고기 수입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촛불을 끄지 않았다. 자신이 태운 초는 하나지만, 이 촛불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백이 되고, 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촛불집회가 끝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광화문 근처에서 자체 캠페인을 진행하던 청소년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촛불집회가 끝나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광화문 근처에서 자체 캠페인을 진행하던 청소년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청소년이 나서자 가장 혼란에 빠진 것은 정부와 교육당국, 보수언론이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전교조가 배후에 있다”던지, “청소년이 놀 곳이 없어서 거리에 나왔다”는 태도를 보였다.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집회에 청소년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지도해달라고 했다. 교육청에선 학교 교사들을 동원해 참가한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에게 공문, 문자를 보내 학생들의 참여를 제지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에게 공문, 문자를 보내 학생들의 참여를 제지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하지만 그 모든 행동도 청소년을 막을 수 없었다. 청소년은 ‘옳고, 정의로운 것’을 판단해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정부도, 교육청도, 보수언론도 ‘청소년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청소년의 외침은 누가 들어도 정당했고,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었다.

이후 청소년의 참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혼자 참여하던 청소년들이 모여 10대연합, 전국청소년연합 등 청소년 촛불 단체를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거리행진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청와대 앞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10대연합 청소년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 청소년들은 촛불집회가 끝날때까지 참여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10대연합 청소년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 청소년들은 촛불집회가 끝날때까지 참여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경찰이 촛불 참여 시민들을 대상으로 물대포를 쏘면서 청소년들의 참여는 절정을 이루었다. 전국에 사는 청소년이 분통을 참지 못하고 촛불에 참여했다. 포항에서 사는 정모(18)군이 촛불에 참여한 것도 이때였다. 집에서 한 여대생이 전경의 군홧발에 차이는 동영상과 경찰들이 물대포를 쏘는 동영상을 보면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후 서울로 간 정 군은, 때로는 찜질방에서, 때로는 노숙을 하며 두 달 넘게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청소년은 거리행진에서도 맨 앞에 있었다. 10대연합, 전청련 등의 깃발이 지나갈 때마다 기성세대는 박수를 쳤다. 경찰이 진압을 시작하고나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이 방패로 밀쳐도 청소년은 그만두지 않았다. 경찰이 성인들을 연행하자, 청소년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연행을 막았다. “저희는 연행되더라도 나올 수 있지만, 어른들은 연행되면 안되잖아요. 우리가 지켜야죠.”

명박산성을 쌓던 날도, 명박산성에 대항해 국민토성을 쌓던 날도 청소년들은 있었다. 3박 4일 시청에서 농성을 할 때도, 경찰이 색소를 넣은 물대포를 쏘던 날도, 청소년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촛불을 통해 성장한 청소년

청소년의 참여는 기성세대에게 때론 감동을, 때론 부끄러움을 안겨주었다. 청소년이 촛불을 든 이후, 그 모습을 지켜보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촛불을 든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촛불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청소년 자신에게 온 변화였다. 청소년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웠다. 광우병 때문에 걱정해 시작한 촛불이었지만, 광우병 문제만을 외치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기륭전자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반대 촛불집회에도 참여했고, 교육감 선거에도 원하는 후보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으며, 의료보험민영화를 반대하는 유인물을 돌리기도 했다. 교과서에서나 나오던 ‘민주주의’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공정택 교육감 고발운동에 참여한 청소년. 사진 속 청소년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촛불집회에 참여했으며, 현재 일제고사 반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공정택 교육감 고발운동에 참여한 청소년. 사진 속 청소년은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촛불집회에 참여했으며, 현재 일제고사 반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지금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촛불의 경험이 고스란히 남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촛불 이후 자신을 활동가라고 자처하며, 일제고사 반대 싸움, 청소년 인권 보장 활동에 뛰어들었다. 지금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위기에 닥치거나,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을 때 언제든지 나설 수 있는 청소년은 늘었다.

청소년, 청소년이 없었다면 촛불은 시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청소년의 시작으로 만든 촛불정신은 여전히 ING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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