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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청소년이 바라본 북한 로켓발사와 우리의 선택

등록 2009-04-07 15:12

[북한] 북 로켓 발사후 남북관계 경색… 격변기인 만큼 냉철하고 선구적으로 판단해야
이 칼럼을 작성한 김용제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칼럼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지난 5일 11시 30분, 우려했던 대로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로켓발사장에서 로켓을 발사했다. 발사된 로켓은 미사일이라는 최악의 가정과는 달리 위성을 탑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2,3단 추진체는 각각 동해상과 태평양에 떨어졌다. 위성이 궤도상에 진입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국제사회는 깜짝 놀랐다. 로켓이 직접 본토 상공을 통과한 일본은 로켓발사 직후 인근 지역에 대피명령이 내려졌으나 곧바로 철회되었다. 오늘 오전 7시에 끝난 UN 안전 보장 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은 이번 로켓발사가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대북제재결의 1718호 위반임을 강조했다. 결의안은 탄도미사일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인공위성 탑재 로켓도 탄도미사일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예상대로 아주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도 비슷한 반응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로켓이 인공위성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라면 실질적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엇갈려 논쟁이 뜨겁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기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여당과 득보다 실이 많을 거라 예상하고 북한의 강경한 대응을 걱정하는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 일본에게 보란듯이 로켓발사한 북한

이번 일은 역시 우려했던 대로이다. ‘세계의 악동’인 북한은 이번에도 그야말로 강대국들을 ‘엿’먹였다. 핵탄두를 탑재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인공위성일 뿐인데 국제사회가 왜 이렇게 입에 거품을 무는 것일까.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2호(은하2호)의 3단 분리 발사 기술 중 1,2단 로켓의 발사 기술은 대륙간 탄도탄(ICBM)등 장거리 미사일에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다시 말해 이번 로켓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이 탄두 탑재 능력만 더 개발한다면 미국 등 원거리 국가까지 사정거리가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막대하다.

사실 북한의 목표도 인공위성보다는 이런 국제사회에 대한 경고였을 것이다. 인공위성은 겸사겸사 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또한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후계구도가 잡혀가는 지금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우주개발을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우리 남한에 대응해 기술력을 과시하는 목적도 있다고 한다.

자국은 보유한 기술이지만 북한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

이번 사건은 주변국에 위협적인 신호를 보내, 스스로를 고립시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비참하고 절망적으로 만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북한 수뇌부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로켓 발사에 사용한 돈으로 식량을 구입했으면 부족한 식량을 대부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자국 국민들의 생존보다 정치·군사적 대응에 주력하는 북한 수뇌부는 심판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나는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싶다. 북한이 발사한 것은 무시무시한 탄도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이다. 모든 국가는 우주의 평화적 개발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북한이 자기 기술로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는 것이 문제라면, 지구 궤도상에 세기도 힘든 위성들이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미국은 어떤가. 단지 로켓 발사 기술이 미사일 발사 기술에 쓰일 수도 있다고 개발을 막을 것이라면 그 기본이 되는 물리학과 항공기술 연구 자체를 막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자국은 모두 가지고 있는 기술을 약소국이 개발하는 것에 대해 ‘위험하다’며 제지하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고 언어도단이다. 역시 세계는 어쩔 수 없는 강대국의 ‘힘의 논리’인 것이다.

북한이라는 세계의 ‘악동’에게 국제사회가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로 든든한 우방이었던 구소련의 해체, 중국의 체제변혁 등을 뒤에 놓고도 꿋꿋히 자국의 체제와 노선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북한은 언제나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협해왔다. 국민들의 피폐한 생활상과는 항상 반비례하는 북한의 군사력은 마치 어떤 악질적인 장난을 꾸밀까 하는 남루한 차림의 아이에게 기관총이 쥐여진 모습이다.

세계의 흐름에 말릴 것인가, 주도해 나갈 것인가
대한민국은 대변혁의 시기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이다. 내우와 외환이 점점 대한민국의 간판을 내리려고 잡아끌고 있다. 안으로는 소통 없는 정부와 정·경·언이 유착한 기득권층의 횡포가 횡행한다. 비효율적이고 장래성 없는 교육계는 곪아들어가며 인재들을 국외로 추방한다. 밖으로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대북관계 냉각, 미 행정부 교체에 대한 대응의 어려움 등 어떻게 보면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이 겪는 가장 힘들고 중요한 고난의 시기가 지금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계속 미국과 일본 등 강대국에 휘말리며 살 것인지, 우리의 주체적인 위상을 세우고 당당히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대국이 될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북관계에 있어 미국과 일본 등 가까운 강대국들에게 휩쓸리고 있다. 국력이 약한 까닭이 크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와 후손들의 현재를 결정한다. ‘정의’없는 힘의 논리에 따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사회라는 거친 바다에서 북한을 끌어안고 버티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 상황은 안으로는 개화파와 위정 척사파가 분열되고 밖으로는 이양선이 출몰하던 19세기 말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국민들은 그때보다 똑똑하다. 인터넷을 통한 집단 지성은 정부의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행위에 직접적으로 저항할 정도로 실체화되고 강해졌으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심각하게 가로막았던 기득권 세력의 폐혜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보인다는 것은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밑도 끝도 없는 색깔론과 지역감정이 아닌 냉철한 이성, 말로만 그치지 않는 행동력, 그리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이다. 우리 나라는 역사적으로도 강대국들 사이에서 핍박을 당했고, 지정학적 위치로도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 주변에는 협력을 이룰 비등한 국가나 만만한 국가가 아닌 세계 1,2위의 미국 일본과 깨어나는 잠룡인 중국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우리는 강대국에 익숙하고, 그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데 전문적이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다.

또한 우리는 생각하는 모든 것을 정부에 맞겨서도 안된다. 국민들 스스로가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팔랑귀 습관과 배아파하는 습관만 고치면 그 정도 사고는 훌륭히 해낼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

자세한 계획 수립은 전문가 집단에게 맞겨도, 그 선택과 행동은 우리 국민 스스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해 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자주적이지 못했던 광복과 몇 번의 독재, 경제위기 동안 우리는 지도자들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다. 작년의 촛불시위는 이러한 모습에서 탈피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각성하는 신호탄이었다. 저항하기만 하는 문화가 아니라 대안과 타협점을 제시하는 문화, 우리들이 진정으로 생각해야 하는 문화이다.

수구 세력들을 몰아내고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가 서로 화합하며 조화를 이룰 때 대한민국은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무것도 못한 채로 해가 질지, 오랜 잠에서 깨어나 그 웅대한 기상을 펼치게 될지는 바로 지금 이순간 우리의 손에 달렸다.

김용제 기자 takross@daum.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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