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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입학사정관제 근거없이 ‘∼카더라’

등록 2009-04-19 20:10

입학사정관제 근거없이 ‘∼카더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입학사정관제 근거없이 ‘∼카더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해외봉사 가산점?’ ‘유명인사 추천서 필수?’
입학사정관들 “기존전형서 큰변화 없을듯”
새 수시 전형 불안한 수험생들

고3 수험생의 수난은 계속된다. 올해는 입학사정관제가 뇌관이다. 새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비율을 크게 늘렸다. 지난 3월 고려대, 연세대 등 6개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고 밝힌 인원이 5037명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2010학년도 전형계획’에서는 입학사정관제로 4376명을 뽑는다고 했다. 모두 합해 9400여명, 수시모집을 반년 앞두고 모집인원이 갑절로 늘어난 것이다. 새 제도에 대한 수험생의 불안이 공포로 변한 이유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뜬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루머’에 대해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직접 나섰다.

입학사정관제는 새로운 길이다?

입학사정관제로 뽑는 인원이 크게 늘어났지만 전형방법이 완전히 새로운 ‘입학사정관 전형’보다 기왕에 있던 전형에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입학사정관 참여 전형’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11월의 대교협 자료를 보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분류된 102개 전형 가운데 ‘참여 전형’이 76개(74.5%)다. 3월에 발표된 입학사정관 전형도 대개는 ‘참여 전형’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성원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따지고 보면 서강대 전형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서류 등의 전형요소를 심사할 때 입학사정관이 참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전형은 대부분 기왕에 있던 전형에 입학사정관이 서류를 검토하거나 면접에 참여하는 방식이므로 지원전략이나 대비법이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대개의 수험생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봉사활동은 해외 봉사활동이 유리하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가장 흔한 ‘뜬소문’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이에 대해 한결같이 오해라고 입을 모은다. 차정민 중앙대 입학사정관은 “외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가산점을 주는 건 아니다”라며 “해외 봉사활동은 대개 일회적이고 봉사시간도 부풀려진다는 사실을 입학사정관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균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부유한 집에서 부모가 여행가는 길에 쫓아가서 봉사활동이라고 시간 채워 오는 일도 있는데 봉사활동의 의미나 보람을 모르는 학생들이 경력으로만 뽑히는 일은 없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이 서류뿐만 아니라 면접전형을 중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성원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자는 데 입학사정관들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며 “서강대는 먼 데서 해비타트 봉사를 하는 것보다 내가 사는 동네의 불우이웃을 돕는 것을 훨씬 좋게 본다”고 말했다.

성적은 안 좋아도 된다?


올해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학생들 가운데 내신이나 수능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크게 부각되면서 떠도는 소문인데 이 역시 오해다. 이인균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도 다른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과 똑같이 대학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학업 능력이 어떤지를 판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아주 작은 차이로 줄을 세워서 성적 좋은 순서로 뽑지는 않지만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판단할 때 학생부 교과 성적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 교과목 성적은 학생의 소질이나 관심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어 소홀히 할 수 없다. 전경원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올해 합격한 학생 가운데 역사에 빠져 산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수학 성적은 안 좋았지만 국사나 세계사 성적은 1등급이었다”며 “사학과나 국문학과를 진학하는 데 수학 성적이 모자라서 좌절하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것일 뿐 성적을 제쳐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이라면 교과부 장관상 정도는 받아야?

수험생들한테는 어느 대회에 나가서 누가 주는 상을 받았느냐도 중요하지만 입학사정관들은 `참가상’에도 주목한다. 입학사정관제는 결과보다 과정을 평가하는 제도다. 김경숙 동국대 입학사정관은 “지난해 지원자 가운데 포트폴리오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학생이 있었는데 면접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고 탈락했다”며 “실적이나 수상경력을 보는 이유는 그것이 학생의 잠재력이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참가 동기나 참가 과정에서 느낀 점 등을 진솔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좋게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추천서를 작성할 때 지역의 명사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한테 부탁해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입학사정관제를 제대로 모르고서 하는 일이다.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관은 “취업을 할 때는 지위가 높거나 명망있는 추천인의 이름 하나면 될지 모르지만 입학사정관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톨릭대는 지난해 ‘가톨릭지도자 추천전형’을 하면서 추천인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추천내용을 모두 확인했다고 한다.

전공과 관련된 일관된 스펙이 있어야 한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가운데는 진로나 전공을 일찍 정하고 관련된 경력을 쌓은 학생들이 많았다. 따라서 학교 밖에서 활발히 활동했지만 경력에 일관성이 없어 입학사정관제 지원을 머뭇거리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수연 가톨릭대 입학사정관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경험도 자기 진로와 관련해 고민을 하다 보면 퍼즐처럼 맞춰진다”며 “입학사정관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자기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한 결과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재해석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 경험을 어떻게 소화했는지를 보는 게 입학사정관제라는 말이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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