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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천추태후를 보면 한국사회가 보인다

등록 2009-07-01 16:19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학생리포트] 인물과 사건, 그 속에 부조리가 숨어있다
요즘 들어 KBS에서 대하드라마로 ‘천추태후’가 방영되면서 천추태후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기록에서나 교과서에서의 천추태후는 김치양과 놀아나며 간통한 여인으로, 그리고 권력욕이 매우 강한 인물로 평가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상에서의 천추태후는 고려를 발전시켜, 북방을 향해 오히려 말을 달려 진군할 수 있는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자주성 있고 진취적인 여걸로 묘사되고 있다. 천추태후 집권 당시, 고려가 외국의 침략이 전무한 안정적인 국제 관계를 갖고 있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재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천추태후를 통해 우리가 또 하나 보아야 하는 것은 대량원군(현종)을 왕위에 옹립한 기득권층이 기술한 역사 이면의 내용 외에도 문학의 본질적인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문학이란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아무런 무장도 갖추지 않은 채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던 시민들에 대한 경찰 당국의 폭력적인 진압이 문제되던 시기, SBS 퓨전역사극 ‘일지매’에서 청의 척신의 아들이 타던 말에 채인 양순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기 위해 관아로 달려간 백성들을 조정의 강경 진압 명령에 따라 곤봉과 방패로 무장한 포졸들이 아무런 보호장구 하나 갖추지 않은 백성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여 강제 해산시킨 장면을 연출한 것이 그것이다.

천추태후도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모순점을 두 차례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첫 번째로 거란의 성종 황제가 그러한 사례이다. 극 중에서 보여주는 성종의 외교 스타일은 상당히 단순하다. 먼저 복종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상대를 무자비하게 짓밟아 버리는 것이 그것이다. 고려를 대하는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조건적으로 군사를 동원하자고만 하다가 어머니인 승천태후 혹은 대승상 한덕양에게 꼭 한 소리 듣곤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일부 보수 세력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들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무조건적인 강경노선이다. 조갑제 씨의 경우 이전에 2003년 9월 18일자 칼럼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1975년 4월 30일 월맹군의 전차가 사이공 독립궁의 철문을 밀어버리면서 돌입했던 장면처럼 우리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킬 때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또한 지난 서울대 시국선언 발표 당시 선언문을 발표하는 현장에 난입하여, 시국선언문을 찢고, 교수들을 향해 막말까지 하던 보수단체 회원들, 의정부에서 “이명박을 비판하지 말라”고 소리지르며 평화적으로 단식 농성을 하는 시민들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린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의 모습들 역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또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자기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하여 힘을 동원해 짓밟아버리려고만 하는 극 중의 성종과 전혀 다르지 않다.


또한 천추태후를 보다보면 문화왕후 김씨가, 요 부인 소찰리가 일으킨 황제에 대한 약물중독유도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게 되자 그녀의 아버지인 김원숭이 ‘사주전’이라 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뒤 조정 관료들에게 속속이 뇌물을 뿌려 어전회의에서 문화왕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반전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역시도 2007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삼성 떡값 사건’ 에 대한 풍자라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천추태후는 단순히 역사에 대한 재조명 뿐 아니라 지난 해 SBS에서 방영한 퓨전역사극 ‘일지매’에서 보여준 것처럼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 역시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그런 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천추태후는 시대에 대한 재평가 외에도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10점 만점, 아니 그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다.

민승기 기자 alstmdrl1111@naver.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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