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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칼럼] 청소년 시절의 정치 경험이 인생의 정치 판단을 좌우
성상민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청소년 정치 참여에 관한 칼럼에 대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촛불 참여 이유로 후보등록 박탈,
말도 안돼 시험이 끝나서 약간 정신이 멍해져 있을 때, 신문에 올라온 기사가 내 머리 속을 울렸다. 역시나, 하루라도 정신을 놓아서는 안 되는 세상이었다. 서울 송곡고의 김인식 군 외 4명의 학생이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생 회장 출마를 제한받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기사였다. 현재 인권위의 독립성이 무척이나 위태로운 상황에서 진정서과 통과되고, 설사 학생들이 낸 진정이 통과되어 인권위에서 학교에 권고를 내리더라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 미지수에 대해서 따지기 전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점은 아직도 일선 학교 현장을 포함한 한국 사회 전체가 청소년의 정치 활동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작년에 있던 청소년 선거권 부여 운동에서 많은 성인들은 이 운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었다. 주로 ‘아직 정치에 대한 생각이 미숙해서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 거나 ‘청소년이 공부에 전념해야지 왜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냐.’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에는 어폐가 있다. 자, 공부만 신경쓰고 정치에는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은 청소년이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선거철이 다가왔는데 정작 어떻게 뽑아야 할 지, 누구를 뽑아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 한다. 그래서 그냥 ‘대세’에 따르거나 언론 매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투표가 이루어진다. 한국의 입시가 고강도이고, 학생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 외에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면 주변에 이런 사례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 시절, 정치참여 기회 없어 어쩌다 주체적이지도 못하고, 전혀 정치적이라고 볼 수 없는 투표를 하게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청소년 시절에 정치에 대해서 참여할 체험도, 정치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정치에 대해서 아무런 것도 모르다가 갑자기 선거권을 행사하라니, 제대로 선거권이 행사될 턱이 없다. 첫 권리 행사를 늦추게 된 것이 오히려 정치인의 말에 휘둘릴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든 것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에게 정치의 생활화는 중요하다. 정치는 국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창할 필요도 없다. 생활 속에서 갈등을 겪거나 각종 문제를 겪을 때 양 쪽의 의견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정치이다. 학교에서나 지역 사회에서는 정치에 대한 개념을 확립시키고 실생활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 현안과 국내 현안, 여기서 범위를 더욱 확장하면 국제 현안에 까지 시선이 닿을 수 있도록 정교하면서도 친근한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 물론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해 민주주의의 논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한다. 만약 청소년들에게 정치와 민주주의가 생활화된다면 적극적으로 청소년의 권리 회복과 정치 발언을 하게 될 것이다. 학생회의 학교 운영 참여 봉쇄, 두발 규제, 강제 야간 자율 학습 등 비민주적으로 처리된 학사 업무가 청소년들의 활발한 참여로 점차 민주적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런 청소년들이 성인으로 성장한다면 선거를 할 때에도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는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서 투표를 하게 될 것이며, 선거철 이외에도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확대될 것이다. 즉, 청소년에게 정치에 대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서 청소년들의 권리가 신장되고 전반적인 정치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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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소년에게도 정치 참여를 허용해야 하지만 앞서 살펴 보았듯이 사회 전반적으로는 청소년 정치 생활화에 부정적인 견해가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법적으로도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는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도 대한민국 국민의 일부이고 헌법 제 1조 2항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에는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선거권이 부여되고, 정당법에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권이 부여된 국민에게만 정당에 가입하고 후원할 권리를 주고 있다. 정작 국민이 어린 시절 동안에는 공식적인 정치 활동이 불과한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청소년의 정치 활동이 활발하고 불리한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운동은 일상적인 일이다. 독일 청소년 안나 뤼어만은 15세에 정당에 가입해 19살에 국회의원 비례 대표로 당선되었다. 사회 구조적으로 정치를 생활화하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 이런 긍정적인 사례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정부에서는 선진화를 외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4대강 정비 사업같은 토목 사업만 줄창 외치고 있는데, 다른 선진국들처럼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경험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정밀 선진화가 아닌가 싶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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