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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언론이 해야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등록 2009-07-29 14:46

지난 20일, 평택 쌍용자동차 한 노동자의 부인 박 모씨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G 병원의 모습.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성상민
지난 20일, 평택 쌍용자동차 한 노동자의 부인 박 모씨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G 병원의 모습.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성상민
[청소년칼럼] 기자,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 그리고 미디어법 날치기 상정에서 무언가를 느끼다
생각해보면, 나는 도대체 바이러스에 왜 들어왔던 것이었을까? 지난 3년간 모 만화 평론 웹진에서 글도 1년에 몇 번 밖에 올리지 않는 필진 생활을 해왔던 것이 그 당시까지 경력의 전부였고, 바이러스에 지원서를 넣었던 당시도 한겨레 학생 기자 1차 모집에 합격이 된 상태였다. 어쩌면 언론 생활을 단순히 ‘경력 쌓기의 수단’으로 여겼었던 건지도 모른다.

갑자기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지난 일 주일 동안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일은 김만중 선배 기자님과 같이 평택에서 밤을 새다가 겪은 사건이었다. 그 때, 쌍용자동차의 한 노동자의 부인이 방 안에서 목을 매달고 자살하는 일이 발생하고 병원에 시신이 안치되었는데 하필 그 병원이 내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었다. PIFAN 취재를 막 마치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왠지 모르게 가봐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가 사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으니까.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슬프면서도 험악했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있던 만중 기자님과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기자들이 마구 도둑 취재를 했다고 한다. 유족들의 슬픔이 극에 달해있는 상태에서 기자들이 특종 보도를 위해 허락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마구 촬영이 이루어졌고, 결국 모든 취재를 중단하는 일마저 생기게 되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자의 의무 중 하나는 현장의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지만, 한편 이 의무는 다른 사람들의 심기를 상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뒤 만중 기자님, 그리고 세 명의 노동자분과 함께 호프집에서 자세한 대화를 들을 수가 있었다. (자세한 상황은 http://www.1318virus.net/modules/news/view.php?id=14311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노동자들은 지금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계속 언론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였다. 그동안 많은 언론에서 자의적인 해석을 해왔다, 현장의 소식을 보도하지는 못할망정 노동자를 매도해서야 되겠느냐. 그리고 한 노동자 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이가 어린 학생은 언론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로서는 별로 탐탁치않은 답변이었다는 것밖에는. 모두들 일부 언론의 취재 행태에 대해서 기가 찬 분위기였다. 심약한 나로써는 ‘일부 언론’으로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는 신문사, 방송사들은 경제 논리와 효율성을 앞세운채 겉으로만 공정성을 앞세운 보도를 일삼았다. 나는 과연 이런 보도 논리에 자유로웠는가. 부끄러워서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대화가 끝났는 지는 이제 생각이 잘 나지도 않는다.

두 번째 일은 미디어법이 한나라당(그리고 친박연대, 자유선진당)에 의해 강제로 통과된 사태였다. 한나라당이 어떻게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 와중에 어떤 추악한 일이 발생했는 지에 대한 것은 따로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혼란스러웠던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각 언론들의 생각과 문화 쪽의 생각이 약간 씩의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나는 지금 언론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사실 본업은 문화계 쪽이다. 문화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분위기이지만, 일부 인사들은 미디어법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본이 많이 들어오니 지금보다 더 돈을 많이 들인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며, 새로운 방송사는 지금보다 더 자유로운 경영진들이 방송을 꾸릴 것이니 더 참신한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겠느냐. 지금까지의 대기업의 경영 방식을 보면 이 논리에 반대하기도 찬성하기도 어렵다. 대기업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었고, 완전히 망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반반 정도라고 할까.

게다가 ‘일부 언론’들과 전자 / 경제 계열의 언론들은 미디어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자세를 보였다. 전자 / 경제 매체들이 독자들, 그리고 관련 스폰서들의 수익을 위해 찬성하는 보도를 내놓는 것이 현실이라고 치더라도, 그 ‘일부 언론’들의 행태는 현실을 도의적으로 무시하는 것인지. 정부의 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논리를 구사하고 있었다. 언론인지, 기관지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지금 한국의 언론은 포화 상태이다. 정론지를 지향하는 언론들도 있지만, 권력에 빌붙으려는 언론도 존재하고, 현실을 왜곡하려는 언론들도 존재한다. 지금 <인터넷뉴스 바이러스>는 어떤 위치에 서있는가? 청소년 언론 중에서는 지속적으로 자체 기사를 계속 생산하고, 정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유일한 언론이지만 광고를 전혀 받지 못하고 후원과 기자들의 개인적인 경제 활동에 재정을 의존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은 작년부터 끊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전에 학원을 소개하는 기사가 독자들로부터 광고성 기사로 오해받는 해프닝을 만든 적도 있었다. 만약, <바이러스>가 상황이 조금 나았더라면 이런 오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단연 <바이러스>만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이미 전 언론의 수익이 전부 감소한 상황이고, <한겨레>는 상여금을 전부 반납했고, <경향신문>은 월급이 계속 밀리는 일마저 발생했다. 최초의 인터넷 신문이자 한국에서 인터넷 신문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도 사원 전원이 월급을 반납하고, 공개적으로 후원을 부탁했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언론들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력과 자본에 영합하려는 언론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자식들에게,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이 되고 싶다면, 후세에 자랑스러운 언론이 되고 싶다면 어려움에도 상관없이 사건의 폐부를 노리는 기사를 만들어 내야 한다. 묻혀있는 사람들과 사건들을 발굴해 내야 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할지는 다각도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은,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에 일조를 해야한다. 기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더 높은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와 미디어법 취재 행태에서 보듯이, 지금 일부 기자들은 이 특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언론인으로써 매우 부끄럽다.

지금 내 모니터 앞에는 몇 달전에 발급된 정식 기자증이 놓여있다. PRESS와 내 이름 석자가 박힌,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러운 나의 첫 기자증. 이제 나는 집 주변 호프집에서 보았던 쌍용차의 노동자들과, 미디어법 저지를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계속 기사를 써야한다. 밤을 새고 피곤할지라도, 나는 이 길을 선택했으니까. 진정한 언론인이라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진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기사를 써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아니, 그게 정답일 것이다.

성상민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 편집자 주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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