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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차우 VS 해운대, 당신의 선택은?

등록 2009-07-30 14:50수정 2009-07-30 14:55

오랜만에 괴수를 다룬 영화, 「차우」의 스틸 컷.  ⓒ 영화사 수작 / 빅하우스 ㈜밴티지홀딩스
오랜만에 괴수를 다룬 영화, 「차우」의 스틸 컷. ⓒ 영화사 수작 / 빅하우스 ㈜밴티지홀딩스
[영화万보기] 블랙 코미디의 기운이 넘치는 「차우」, 약간 지루해도 짜릿하고 신파적인 「해운대」
일주일 간격으로 국내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이 개봉했습니다. 하나는 괴수 영화, 하나는 재난 영화입니다. 두 장르 모두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아직까지는 해외 영화를 누르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두 영화이지만, 두 영화 중 어떤 영화를 봐야할 지 고민이 됩니다. 이번 「영화万보기」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차우」와 「해운대」를 비교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 보려고 합니다.

「차우」(감독 신정원)는 심형래 감독의 「디 워」이후로 2년여 만에 개봉하는 괴수 영화다. 다만 「디 워」가 판타지적 성격이 강했다면, 「차우」는 괴수가 마을을 습격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루는 괴수 영화의 기본 공식을 따르고 있다. 이런 기본 공식에 감독은 자신의 전작 「시실리 2km」에서 보여주었던 블랙 코미디를 삽입해 관객들의 재미를 유발한다.

「차우」의 블랙 코미디는 무척 강렬하다. 분명 부조리한 상황인데 엉뚱한 쪽으로 이야기는 진행되고 주인공들은 당황하여 우왕자왕한다. 어찌보면 신파극으로 흘러갈 수 있는 곳곳의 요소들을 감독 특유의 연출로 억제한다. 기본으로 괴수 영화이지만, 「차우」는 어찌보면 블랙 코미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각 캐릭터에게 배분된 역할도 장르 영화의 공식에 충실하다. 김 순경(엄태웅)은 어쩌다 보니 괴수가 습격한 마을로 배치된 정형적인 주인공의 역할을 맡고 있고, 천 포수(장항선)에게는 노련한 감각과 많은 경험의 노년층 세대를, 백 포수(윤제문)에게는 최신 기술과 해외 유학으로 단련된 젊은 세대의 역할을 부여해 신구간의 갈등을 그려내었다. 생태연구원 변수련(정유미)과 신 형사(박혁권)는 보조 역할을 보여준다. 괴수를 해치우는 주인공과 그들간의 갈등, 그리고 적절한 보조 역할 배치. 전형적인 구도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에 그런 구도를 보여주는 작품도 많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도를 따르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차우」가 비록 괴수의 습격과 괴수를 해치우러가는 과정을 담아낸 엔터테인먼트 영화지만, 블랙 코미디에 한국인이라면 절실히 느낄 감정을 집어넣어 공감이 가게 만들었다. 특히, 이장이 말하는 ‘주말 농장’ 이야기와 변수련과 그의 동료 대학 조교가 말하는 ‘조교와 정교수’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슬한 기분을 준다.

한편, 이 영화에는 최근 ‘청소년 관람 불가’ 논쟁으로 주목을 받은 「반두비」(감독 신동일)에 출연했던 박혁권이 나와 처음으로 조연격 주연 역할을 맡았다. 그 동안 감칠맛나는 조연 생활을 계속 해오던 그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 이런 분께 추천한다!

- 감독의 전작 「시실리 2km」의 블랙 코미디가 너무도 좋았던 분.

- 평소 조교나 시간 강사로 활동하면서 쥐꼬리만도 못한 처지가 싫었던 분.

- 그 동안 한국에는 왜 괴수 영화가 없냐고 분노하던 괴수 영화 매니아들.

■ 이런 분은 보지마라.

- 약간 붕 뜨는 느낌의 멧돼지 CG가 거슬리는 분.

- 괴수 영화에 블랙 코미디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는 분.

- 이장.

한국 최초로 쓰나미를 다룬 영화, 「해운대」의 스틸 컷.  ⓒ JK 필름
한국 최초로 쓰나미를 다룬 영화, 「해운대」의 스틸 컷. ⓒ JK 필름

「해운대」가 처음 제작 발표를 할 당시에는 사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감독이 윤제균 씨였기 때문이었다. 윤제균 감독은 알다시피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 등의 영화를 연출한 사람이다. 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흥행이 잘 되는 편이나, 지금까지의 영화에 주로 나왔던 저질 코미디나 뜬금없이 나오는 신파적 색채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 중의 하나였다. 지금까지 저예산의 코미디 영화를 맡았던 그가 갑자기 막대한 예산의 재난 영화를 맡는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황에서 결국 「해운대」는 개봉하였고 찬사와 비판 속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해운대 」는 재난 영화로써의 느낌은 나쁘지 않다. 「차우」 처럼 약간 붕뜨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쓰나미와 부서지는 건물 CG는 수준급이다. 재난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잘 살렸다.

그러나 「해운대」의 진입 장벽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는, 도입부가 길다는 것이다. 전체 상영 시간의 절반 정도를 각 캐릭터 별 에피소드가 차지한다. 중간 중간에 사건이 다가오는 시퀀스를 삽입하였지만 단숨에 쓰나미의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는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대신 도입부에서 보여준 각 캐릭터들의 관계가 재난 속에서 어떻게 발휘되는 지를 보여준다. 전반부가 일상물이라면, 후반부가 진정한 재난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 「해운대」는 재난 영화이지만, 인간미를 강조하는 색채가 무척 진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몇몇 캐릭터가 목숨을 달리하는 장면을 집어 넣어 신파를 강조하는 느낌도 든다. 전반부에 코믹스러운 요소가 많았다면, 갑작스러운 재난과 동시에 분위기가 급격하게 싸해진다고 할까. 인간미를 강조하다 보니 일부 장면에서는 약간 아귀가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생겼다. 「차우」가 이런 요소를 절제하면서 블랙 코미디를 추구했다면, 「해운대」는 오히려 이런 요소를 극대화시키면서 휴먼과 멜로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운 점들과 긴 도입부 속에서도 해운대로 달려오는 거대한 쓰나미의 물결은 대단했다. 컨테이너 박스가 광안대교로 추락하는 모습과 해운대 주변 건물들이 차례로 쓰러져가는 모습에서는 대단함과 함께 두려움마저 들었다. 지나친 인간미의 강조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짜릿한 물결이 이 아쉬움을 채워준다.

■ 이런 분께 추천한다!

- 「투모로우」를 보면서 한국에는 재난 영화가 언제 나오는 지 무척 기대했던 분.

- 왜 부산 배경으로는 조폭 영화 밖에 안 나오냐면서 투덜거렸던 분.

- 윤제균 식 일상 스토리와 신파극이 무척 좋으신 분.

■ 이런 분은 보지마라.

- 약간 어색한 CG가 무척 부담스러우신 분.

- 1시간 동안 쓰나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가 귀찮으신 분.

- 재난 영화에 과도한 멜로를 보기 싫으신 분.

- 그냥 해운대가 부서지는 장면을 보는 것이 슬프신 분.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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