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은평구청에서 분신 시도한 박래출 씨가 소화 분말을 뒤집어 쓴 채로 서있다. ⓒ 전철협 응암이주대책위
[사회일반] 분양권 못 얻으면 철거민 전락… 인간에 대한 배려 필요
응암 7·8·9 구역 가옥주 철거민들은 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
철거민들은 한결같이 “재개발 조합이나 건설사가 사업 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들에게 마치 도장만 찍으면 더 좋은 집으로 옮길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관리처분 총회를 서둘러 끝내고, 부동산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감정평가 가격이 통보된 점을 지적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분양가가 높기 마련인데, 현재 받은 감정평가 가격으로는 아파트 입주는커녕 기존 재산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다시 집을 장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분신 시도한 박래출 씨 보상금 2000만원…주택, 상가 분양권 못받아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은평구청에서 분신을 시도한 박래출 씨는 재개발이 추진되기 전 66㎡ 남짓한 집에서 부인, 두 딸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응암동 7·8·9구역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2008년 12월 박 씨의 집은 강제 철거됐다. 당시 박 씨가 살고 있던 집 평가액은 약 4000만 원. 지급받은 보상액은 시가의 절반 수준인 2000만 원이었다. 주택용 주거지로 신고 된 땅은 13㎡밖에 되지 않아 임대주택 분양권을 받지 못했다. 또 주택용 주거지로 신고 된 땅이 4평 밖에 되지 않아 주택 분양권도 받지 못했다. 박 씨가 집 한쪽을 터 운영하고 있는 슈퍼마켓도 무허가 사업으로 평가돼 상가 분양권 또한 받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이다. 박 씨는 그동안 트럭을 운전해 생계를 이어가며 재개발 농성장을 지켰다. 생존의 길이 막막한 상태에서 2년 넘게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오던 중, 구청에서 항의 집회를 하다 분신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불은 다행스럽게도 급히 진화된 덕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박 씨를 비롯한 철거민들은 아직까지 육체적·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계획 수립은 시에서, 최종 인가는 사실상 구청에서, 감정평가는 법령으로 도시 재개발은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추진된다. 우선 ‘재개발’의 종류도 제 각각이다. 지난해 용산 참사가 발생한 후 한 차례 개정됐던 도시및주거환경촉진법(일명 도촉법)에 의거한 재개발이 있고,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주거환경 정비 사업에 대한 조례를 근거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후 재개발 사업은 크게 4단계를 거치며 진행된다. 우선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 토지이용·시설 및 교통환경 계획 등 전체적인 기본계획안을 특별시장 및 광역시장이 수립한다. 이때 재개발이 필요한 곳을 찾아 도시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추진위원회 승인을 거쳐 해당 지역 건축물들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두 번째는 재개발 조합 설립인가 단계인데, 개발 지역 내 모든 토지 소유주, 가옥주들은 조합원의 자격을 얻을 수가 있다. 조합원이 되면 새로 건설되는 주택과 상가에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 때 사실 상 재산이 많은 주민들이 더 유리하다. 주변 집값이 오르기 전, 싼 값에 재산을 양도해도 충분히 아파트 등에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조합장을 맡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인 경우가 많고, 지자체·건설사 등과 합의하여 보상가격 등을 낮게 책정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철거민이 된 응암 7·8·9 구역 가옥주들은 대부분 7~8평의 가옥을 소유하고 있던 영세 가옥주들이었다. 세 번째는 사업시행인가 단계이다. 사업시행계획이 수립되면 최종 승인을 해당 지역 구청장이 하게 되고 시행자가 된다. 여기서 개발 시공 건설사가 결정된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 조합원들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건설회사 간의 치열한 입찰 경쟁이 벌어진다. 이 후 건설사 소속의 컨설팅 요원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미리 ‘관리처분 총회’ 참석 위임장에 필요한 도장을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있다. 응암 7·8·9 구역 가옥주들도 이때 ‘아파트 분양’에 대한 말을 믿고 도장을 맡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원래 살던 주민들 재산에 대한 감정평가와 보상 절차 등이 이루어지는데, 사실상 인가를 내줄 수 있는 권한은 구청장에 있다. 응암 7·8·9 구역 철거민들이 통보된 보상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음을 걱정하며 은평구청 측에 요구한 것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감정평가의 법률적 근거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지자체 별 주거환경정비사업조례 등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철거 작업과 함께 공사가 시작되고 분양이 이루어진다. 구청, 건설사 “이주·보상 문제는 조합에”…재개발 조합 “할 일 모두 했다” 응암 7·8·9 구역에서 강제 철거 이후 생존권을 요구하는 가옥주들의 투쟁이 2년 넘게 이어졌음에도 이주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없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구청), 건설사, 재개발 조합 중 누구도 ‘법을 어겨’ 철거민을 만들어낸 곳은 없으니 가옥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은평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감정평가 실시는 조합에서 선정한 일이라 우린 모른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 중지를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가옥주들의 주장에 대해 “어쨌든 규정에 맞게 재개발 조합에서 관리처분계획이 들어왔으므로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응암8구역 현장 관계자도 “보상금, 분양권 등의 문제는 재개발조합에서 결정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시공사일 뿐 시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계획 자체에는 개입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응암9구역 재개발 관계자는 “감정평가의 경우 공인된 기관에서 사람을 초청해 오는 것인데, 우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가진 땅이 적고 가진 집이 낡은 경우에 가치를 높게 매겨달라고 하는 건 억지다”라며 “우리도 (가옥주들을 위해) 알아봐 줄 수 있는 것은 다 알아봐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가옥주들이 관리처분인가계획에 대한 법정 무효 소송을 걸었지만, 이내 재개발 조합 측의 승리로 끝났다”며 “우리 9구역 같은 경우엔 이 문제로 총회를 2번이나 소집했고 빠르게 정보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서울시는 앞으로 재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OO지구’ 단위의 ‘싹쓸이’ 철거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유동 인구가 적고 용적률이 떨어지는 건물부터 차례대로 철거하고 문화재 등은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최근까지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으로 주민 생존권과 환경 파괴가 종종 일삼아지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도시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한 동네에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왔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인간적인 대우가 아닐까. 특히 지방선거가 100여일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 정치권과 각 지자체가 향후 재개발 사업의 계획 방향과 추진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또한 민심의 향방을 정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남궁정 기자 zptciw@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분신 시도한 박래출 씨 보상금 2000만원…주택, 상가 분양권 못받아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은평구청에서 분신을 시도한 박래출 씨는 재개발이 추진되기 전 66㎡ 남짓한 집에서 부인, 두 딸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응암동 7·8·9구역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2008년 12월 박 씨의 집은 강제 철거됐다. 당시 박 씨가 살고 있던 집 평가액은 약 4000만 원. 지급받은 보상액은 시가의 절반 수준인 2000만 원이었다. 주택용 주거지로 신고 된 땅은 13㎡밖에 되지 않아 임대주택 분양권을 받지 못했다. 또 주택용 주거지로 신고 된 땅이 4평 밖에 되지 않아 주택 분양권도 받지 못했다. 박 씨가 집 한쪽을 터 운영하고 있는 슈퍼마켓도 무허가 사업으로 평가돼 상가 분양권 또한 받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이다. 박 씨는 그동안 트럭을 운전해 생계를 이어가며 재개발 농성장을 지켰다. 생존의 길이 막막한 상태에서 2년 넘게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오던 중, 구청에서 항의 집회를 하다 분신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불은 다행스럽게도 급히 진화된 덕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박 씨를 비롯한 철거민들은 아직까지 육체적·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계획 수립은 시에서, 최종 인가는 사실상 구청에서, 감정평가는 법령으로 도시 재개발은 여러 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추진된다. 우선 ‘재개발’의 종류도 제 각각이다. 지난해 용산 참사가 발생한 후 한 차례 개정됐던 도시및주거환경촉진법(일명 도촉법)에 의거한 재개발이 있고, 각 지방자치단체 별로 주거환경 정비 사업에 대한 조례를 근거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후 재개발 사업은 크게 4단계를 거치며 진행된다. 우선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 토지이용·시설 및 교통환경 계획 등 전체적인 기본계획안을 특별시장 및 광역시장이 수립한다. 이때 재개발이 필요한 곳을 찾아 도시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추진위원회 승인을 거쳐 해당 지역 건축물들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두 번째는 재개발 조합 설립인가 단계인데, 개발 지역 내 모든 토지 소유주, 가옥주들은 조합원의 자격을 얻을 수가 있다. 조합원이 되면 새로 건설되는 주택과 상가에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 때 사실 상 재산이 많은 주민들이 더 유리하다. 주변 집값이 오르기 전, 싼 값에 재산을 양도해도 충분히 아파트 등에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조합장을 맡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인 경우가 많고, 지자체·건설사 등과 합의하여 보상가격 등을 낮게 책정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철거민이 된 응암 7·8·9 구역 가옥주들은 대부분 7~8평의 가옥을 소유하고 있던 영세 가옥주들이었다. 세 번째는 사업시행인가 단계이다. 사업시행계획이 수립되면 최종 승인을 해당 지역 구청장이 하게 되고 시행자가 된다. 여기서 개발 시공 건설사가 결정된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 조합원들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건설회사 간의 치열한 입찰 경쟁이 벌어진다. 이 후 건설사 소속의 컨설팅 요원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미리 ‘관리처분 총회’ 참석 위임장에 필요한 도장을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있다. 응암 7·8·9 구역 가옥주들도 이때 ‘아파트 분양’에 대한 말을 믿고 도장을 맡긴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원래 살던 주민들 재산에 대한 감정평가와 보상 절차 등이 이루어지는데, 사실상 인가를 내줄 수 있는 권한은 구청장에 있다. 응암 7·8·9 구역 철거민들이 통보된 보상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음을 걱정하며 은평구청 측에 요구한 것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승인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감정평가의 법률적 근거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지자체 별 주거환경정비사업조례 등 다양하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철거 작업과 함께 공사가 시작되고 분양이 이루어진다. 구청, 건설사 “이주·보상 문제는 조합에”…재개발 조합 “할 일 모두 했다” 응암 7·8·9 구역에서 강제 철거 이후 생존권을 요구하는 가옥주들의 투쟁이 2년 넘게 이어졌음에도 이주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없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구청), 건설사, 재개발 조합 중 누구도 ‘법을 어겨’ 철거민을 만들어낸 곳은 없으니 가옥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은평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감정평가 실시는 조합에서 선정한 일이라 우린 모른다”며 관리처분계획인가 중지를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가옥주들의 주장에 대해 “어쨌든 규정에 맞게 재개발 조합에서 관리처분계획이 들어왔으므로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응암8구역 현장 관계자도 “보상금, 분양권 등의 문제는 재개발조합에서 결정하는 일”이라며 “우리는 시공사일 뿐 시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계획 자체에는 개입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응암9구역 재개발 관계자는 “감정평가의 경우 공인된 기관에서 사람을 초청해 오는 것인데, 우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가진 땅이 적고 가진 집이 낡은 경우에 가치를 높게 매겨달라고 하는 건 억지다”라며 “우리도 (가옥주들을 위해) 알아봐 줄 수 있는 것은 다 알아봐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가옥주들이 관리처분인가계획에 대한 법정 무효 소송을 걸었지만, 이내 재개발 조합 측의 승리로 끝났다”며 “우리 9구역 같은 경우엔 이 문제로 총회를 2번이나 소집했고 빠르게 정보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서울시는 앞으로 재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OO지구’ 단위의 ‘싹쓸이’ 철거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유동 인구가 적고 용적률이 떨어지는 건물부터 차례대로 철거하고 문화재 등은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최근까지 무분별한 재개발 사업으로 주민 생존권과 환경 파괴가 종종 일삼아지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도시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한 동네에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왔던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인간적인 대우가 아닐까. 특히 지방선거가 100여일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 정치권과 각 지자체가 향후 재개발 사업의 계획 방향과 추진 방식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또한 민심의 향방을 정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남궁정 기자 zptci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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