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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너의 책을, 우리의 책을 만들어볼까

등록 2006-02-05 17:07수정 2006-02-06 15:04

아낌없이 주는 나무
딸아이의 세 돌 무렵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그 애가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는데 들리는 내용이 너무나 정확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게 하였더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읽는 게 아닌가! 따로 글자를 가르친 적이 없던 터라 나는 잠시 놀랐다. 그러나 알고 보니 글을 익힌 게 아니라 좋아하는 책을 엄마와 읽고 또 읽는 사이 몽땅 외워버린 거였다. 사실 그림책을 자주 읽어준 부모라면 누구나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 그렇지.’ 나는 피식 웃고 말았지만, 글자도 모르면서 책을 통째로 외우다니 그 또한 대단했다. 아이는 이야기의 세계에 무언가 자신을 키우는 자양분이 있음을 알아채었고, 문자에 강렬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 애의 성장 욕구에 부응할 때였다. 나는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에 따라 그 애만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특별한’ 책은 사실 매우 단순했다. 스케치북 첫 장에 크레파스로 딸애의 모습을 그린 다음 “나는 000입니다” 하고 큼직하게 썼다. 다음 장에는 가족을 소개하고, (머리 모양, 자주 입는 옷 등 특징만 표현하면 아이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림 솜씨는 크게 상관없으나 유머가 있으면 즐거워한다) 이어서 아이의 장난감, 물건, 그 애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차례로 말했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이나 놀이터 등등. 결말 부분에는 “엄마는 00를 사랑해요.” “아빠도 00를 사랑해요.” 아이에 대한 가족의 사랑을 말하고, 해님 달님 별님… 모두 너를 사랑한다는 것으로 끝맺었다. 이 엉성한 그림책에 대한 아이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글과 그림으로 탄생된 ‘자신의 이야기’를 놀랍고 기쁘게 받아들이던 아이의 빛나던 얼굴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의 절실한 주인공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그만의 책을 만들어 선물해보면 어떨까. 너(당신)는 얼마나 특별한 아기였고, 얼마나 열심히 기고, 걷고, 뛰며 자기 앞의 생을 살아내었는지, 어떤 시련과 고통을 이기며 크고 작은 승리들을 이루었으며, 오늘 너(당신)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무엇보다 내(우리)가 너(당신)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책을 말이다. (사진으로 편집의 묘미를 살려도 좋으리라)

우리는 모두 저자이며 열린 텍스트이다. 앞으로 쓰게 될 책의 내용을 위해서라도, 지난 줄거리를 정리해보는 일은 의미 있다.

선안나/동화 작가 sun@iic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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