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이 13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캠퍼스 내 체육관에서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얼차려나 다름없는 ‘체력 단련’을 받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입교 의식’
‘관행’과 ‘전통’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학 내 ‘폭력’의 실상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체육 관련 학과는 물론, 일부 대학의 경찰행정학과나 무용과 등 일반 학과에서도 폭력적 ‘입교 의식’이 확인됐다. 특히 교수들과 조교들까지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어 대학 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12일 오후 4시30분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 체육관 옆 공터에는 군인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이 학교 경찰행정학과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다. 도착하는 신입생마다 허리를 90°로 꺾으며 큰 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쳐대지만 선배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갑자기 닥친 꽃샘추위로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황사주의보까지 발령됐지만 신입생 50여명은 야외 벤치에 꼼짝하지 않고 앉은 채로 1시간30분 동안을 떨었다.
6시가 되자 갑자기 신입생들이 우르르 일어나 체육관 지하 유도장으로 줄지어 뛰어 들어갔다. 몇몇 신입생들은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목발에 의지해 힘겹게 뒤따르고 있었다. 본격적인 ‘운동’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들이 체육관에서 하는 것은 운동이나 체력 단련이 아닌 ‘단체 얼차려’였다. 팔벌려뛰기, 쪼그려뛰기, 오리걸음, 앉았다 일어서기 등이 끝없이 이어졌다. “똑바로 해, ×××야!”라는 선배들의 험악한 욕설과 고함도 끊이지 않았다. ‘운동’이 끝난 것은 밤 9시30분. 체육관을 나서는 신입생들은 대부분 풀린 다리로 절뚝거렸다.
신입생 50명 집단 얼차려…“똑바로 해 xxx야”
선배들 욕설은 계속된다 ‘기수부여’ 전통이라는데, 하루 5시간씩 ‘운동’끔찍
10명은 ‘기수’를 포기했다
이런 강압적이고 무리한 운동에 몸을 상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친 ㅇ씨는 추간판탈출증 판정을 받고 일주일째 입원 중이다. 평소 무릎이 아파 운동에서 빼줄 것을 요청했지만, 선배는 되레 한쪽 다리 들고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ㅇ씨말고도 여러 신입생들이 인대가 늘어나거나 발가락뼈에 금이 갔다. 이런 운동은 하루 4~5시간씩 일주일 내내 반복된다. 선배들은 이것이 ‘기수 부여식’을 위한 준비라고 말한다. 기수 부여식은 해마다 3월 말에 열리는데, 모든 신입생들이 유도복 차림에 맨발로 남산을 한 바퀴 뛰어야 한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끔찍한 ‘운동’과 기수 부여식을 거쳐야 06학번 신입생들에게 비로소 ‘44기’라는 기수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운동을 견디지 못해 기수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과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왕따’ 신세가 된다. 벌써 ‘기수’를 포기한 신입생이 10명이나 된다. 신입생 ㄱ씨는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개강한 뒤로 수업을 단 한 번도 못 들어갔다”며 “정규 수업도 아니지만 선배들이 운동을 안 하려면 학과 생활을 포기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버티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입생 ㄴ씨는 “일부 동기들마저 이런 운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응해 가는 모습이 더 무섭다”며 “치안을 책임지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에서 무조건적인 억압과 폭력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행정학과 관계자는 “경찰을 지망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체력을 갖춘다는 취지로 신입생 체력단련이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며 “신입생들이 거부감을 갖거나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학생들한테 여러차례 당부했지만 교수들이 일일이 감독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1962년 국내 처음으로 경찰 간부와 형사사법기관의 전문인력을 배출할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현재 총경 이상 482명 가운데 98명이 이 학과 출신이다.유신재 전진식 기자 ohora@hani.co.kr
선배들 욕설은 계속된다 ‘기수부여’ 전통이라는데, 하루 5시간씩 ‘운동’끔찍
10명은 ‘기수’를 포기했다
이런 강압적이고 무리한 운동에 몸을 상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운동을 하다 허리를 다친 ㅇ씨는 추간판탈출증 판정을 받고 일주일째 입원 중이다. 평소 무릎이 아파 운동에서 빼줄 것을 요청했지만, 선배는 되레 한쪽 다리 들고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ㅇ씨말고도 여러 신입생들이 인대가 늘어나거나 발가락뼈에 금이 갔다. 이런 운동은 하루 4~5시간씩 일주일 내내 반복된다. 선배들은 이것이 ‘기수 부여식’을 위한 준비라고 말한다. 기수 부여식은 해마다 3월 말에 열리는데, 모든 신입생들이 유도복 차림에 맨발로 남산을 한 바퀴 뛰어야 한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끔찍한 ‘운동’과 기수 부여식을 거쳐야 06학번 신입생들에게 비로소 ‘44기’라는 기수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운동을 견디지 못해 기수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과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왕따’ 신세가 된다. 벌써 ‘기수’를 포기한 신입생이 10명이나 된다. 신입생 ㄱ씨는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개강한 뒤로 수업을 단 한 번도 못 들어갔다”며 “정규 수업도 아니지만 선배들이 운동을 안 하려면 학과 생활을 포기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버티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입생 ㄴ씨는 “일부 동기들마저 이런 운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응해 가는 모습이 더 무섭다”며 “치안을 책임지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에서 무조건적인 억압과 폭력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행정학과 관계자는 “경찰을 지망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체력을 갖춘다는 취지로 신입생 체력단련이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며 “신입생들이 거부감을 갖거나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학생들한테 여러차례 당부했지만 교수들이 일일이 감독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1962년 국내 처음으로 경찰 간부와 형사사법기관의 전문인력을 배출할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현재 총경 이상 482명 가운데 98명이 이 학과 출신이다.유신재 전진식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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