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집단으로 복통을 호소해 22일 조리실을 폐쇄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중앙여중 조리실 앞에 소독액통이 놓여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일주일새 25곳 1700여명 설사·복통 등 증세
“식자재 공동 유통 등 문제”…정부 긴급회의
“식자재 공동 유통 등 문제”…정부 긴급회의
우려했던 대로 대형 위탁급식 업체에서 사고가 터졌다. 위탁급식 업체 씨제이푸드시스템㈜이 급식하는 수도권 중·고교 25곳에서 학생 1709명이 21~22일 집단으로 설사·복통 증세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같은 업체에서 급식을 제공받는 서울·인천·경기·대전·강원 등 전국 초·중·고 89곳 학생 8만여명의 급식이 중단됐다.(23일 오전 집계상황)
이번 학교 급식 사고는 2003년 3월 위탁급식 업체 3곳의 음식을 먹은 서울 등의 학교 13곳 학생 1540명이 식중독에 걸린 이래 학교 수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급식 업체가 공동 식단을 짜서 학교 수십곳에 한꺼번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위탁 급식은 언제라도 대형 식중독 사고를 낼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식료품 구매·유통·처리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면 특정 업체가 급식하는 모든 학교에 피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서울 14곳, 인천 8곳, 경기 4곳에서 거의 동시에 집단 설사 증세가 생겨났다.
씨제이푸드시스템은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외식 사업을 하는 업체로, 전국 학교 91곳에 급식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단체급식 부분에서 19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사고는 수원·인천 물류센터에서 공급한 식자재를 쓴 학교들에서 발생했다고 씨제이푸드시스템 쪽이 밝혔다.
이빈파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위탁급식은 인건비·감가상각비·시설비 등이 고정돼 있어 이윤을 내려면 싼 재료를 찾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지는 재료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가 조사한 바로는, 한 끼 평균 비용이 직영은 1780원, 위탁은 2650원이었다. 문제는 위탁급식은 이 비용의 45~55% 정도만 식재료 구입에 쓴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염광중 등 3곳에서 전날 골뱅이무침 등을 먹은 학생들이 설사 증세를 보였다는 보고에 따라 이들 학교에 급식 중단을 지시한 데 이어, 돼지고기볶음 등을 반찬으로 먹은 강서구 경복여고 등 11곳 학생들이 21~22일 많게는 40여명이나 집단 설사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인천에서는 서구 가좌여중 등 중학교 5곳과 영종도 공항고 등 3곳 등에서 162명이 식중독이 의심되는 설사 증세를 호소했으며, 경기에서도 용인 홍천고와 고양외국어고 등에서 135명이 설사·복통을 일으켰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교육자치위원장은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학부모·교사·학생의 의견을 모아 학교 사정에 맞게 직영 급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3일 오전 한명숙 총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수범 박주희 허미경 윤영미, 인천/김영환 기자 kjlsb@hani.co.kr
한편, 정부는 23일 오전 한명숙 총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수범 박주희 허미경 윤영미, 인천/김영환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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