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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페인트칠-용접 등 동시에…‘잡탕식 물량도급’ 참화 불붙인다

등록 2008-01-09 20:36

경기 이천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 참사 유족들이 9일 오후 참혹한 화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불에 탄 창고 앞에서 통곡하고 있다. 이천/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경기 이천시 호법면 냉동창고 화재 참사 유족들이 9일 오후 참혹한 화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불에 탄 창고 앞에서 통곡하고 있다. 이천/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작업 빨리 끝내는 대로 결제’ 안전무시 하청
다른 팀 뭐하는 지도 모르는 ‘자율관리’ 구멍
건축업자·일용직 “남의 일 같지않아” 한숨

“이천 화재사고가 남 일 같지 않아요. 우리 현장에서도 한쪽에서는 용접으로 철골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또다른 한쪽에서는 페인트칠 작업을 하고 있어요. 페인트에서 신나 등 유증기가 발생할 텐데, 그러려니 하고 그냥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9일 건축업자 강아무개(42)씨는 불안한 표정 속에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성남시 한 건물 증개축 공사를 하청받아 진행 중이라는 그는 “이천 사고도 마찬가지겠지만, 되도록 빨리 끝내야 이익이 많이 남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안전교육은 배부른 소리”라고 말했다.

건설업 산업재해 발생 추이
건설업 산업재해 발생 추이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호법면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계기로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안전 문제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로 현장 노동자들과 노동 전문가들은 ‘물량도급’을 들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이 이른바 ‘야리까리’라고도 하는 ‘물량도급’은,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에 계약된 작업이 끝나면 자금을 결제해 주거나 다른 일감을 줘 계약을 갱신하는 관행을 말한다. 같은 공사라도 공사기간을 단축시켜야 그만큼 이익이 나기 때문에, 하청업체에서는 전기배선과 마감재 용접, 페인트 도색 작업 등을 한꺼번에 병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김은기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대부분 현장에서 유증기를 뿜는 페인트 작업이나 단열재 작업, 바닥재 작업 등과 전기배선이나 용접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며 “작업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야 하므로, 위험 요인을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도입된 자율안전관리제도 또한 공사현장에서 안전 문제를 소홀히 다루게 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노동환경연구소 김신범 교육실장은 “물량도급이라는 관행에다, 재해율이 낮은 상위 10% 기업들에게는 정부의 안전감독을 면제해 주는 자율안전관리제도까지 도입되면서 상당수 공사 현장들이 안전 사각지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자율안전관리 대상 기업 현장 사망자 수는 △1998년 35개 업체 10명(업체당 0.29명) △2003년 81개 업체 92명(업체당 1.1명) △2006년 70개 업체 89명(업체당 1.27명)으로 증가했다.


십몇 년째 공사현장에서 철근 절단 등 철골조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는 임아무개(50)씨는 “평소 공사장에서 안전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고, 이번에도 (이천 사고 때문에) 잠깐 반짝하는 것일 텐데, 곧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어영 이완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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