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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란불 잃은 시민들 ‘아찔한 횡단’

등록 2010-01-13 14:03수정 2010-01-13 15:11

시민 “교통 약자 고려안해”
경찰 “보행시설 확충할 것”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사는 직장인 주범수(35)씨는 요즘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야근을 마친 아내를 승용차로 데리러 갈 때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도 사람들이 불쑥 튀어나와 도로를 건너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주씨가 밤에 다니는 목동의 3차선 일방통행 길은 자정을 넘기면 수백m 사이에 보행자용 ‘파란 신호등’이 전혀 없다. 차가 서야 하는 ‘빨간불’이 없어 편하다 생각했는데, 건널목 횡단 신호가 없어지자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은 지난해 하반기에 신호등이 빨간불-파란불 대신 노란불이 깜박이는 점멸등으로 밤에 바뀌면서 부쩍 심해졌다. 주씨는 “처음엔 밤에 빨간불이 없어 잘됐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방법이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강아무개씨는 아예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예전엔 건널목 앞에서 음향신호를 듣고 건널 수 있었으나, 점멸 신호등으로 바뀌면서 음향신호가 꺼지게 된 탓이다. 강씨는 새벽에 일을 마치면 매번 택시를 잡기 위해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는 “점멸등이 교통 흐름이나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짐작하지만, 우리와 같은 교통 약자들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야간 점멸신호등 2만여개로 늘때 보행자조작기는 겨우 2천여개

경찰이 지난해 7월부터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야간 점멸신호를 대폭 확대했지만, 6개월이 넘도록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시설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무단횡단’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점멸신호·보행자 작동 신호기 확대 현황’을 보면, 경찰은 지난해 7~11월 점멸 신호등을 기존 7966곳에서 2만48개로 대폭 늘렸다.(표 참조) 전국에 점멸신호가 가능한 신호등은 모두 2만9179곳이다.

이처럼 점멸 신호등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1만2000개 이상 늘어났으나, 시민들이 필요에 따라 신호등을 파란불로 조작할 수 있는 ‘보행자 조작 신호등’은 같은 기간에 1001개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점멸신호가 켜진 횡단보도 10곳 중 9군데에서 시민들이 무단횡단에 가까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서울 지역에는 1822곳에 새로 점멸신호를 도입했지만, 이 사이 늘어난 보행자 작동 신호등은 56개에 불과했다. 더구나 경찰은 전국 2281개(지난해 11월 현재)의 보행자 조작 신호등이 야간에 점멸 신호등으로 바뀌는 건널목에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지 여부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교통 흐름 개선 작업을 서둘러 진행하면서 교통 약자들의 편의를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며 “점멸 신호등과 보행자 작동 신호등이 같이 있지 않은 경우 등을 파악하고 보행자용 시설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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