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이사장을 지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대가성 금품을 준 혐의로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청사로 들어가기 전 중앙대 학생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일 박 이사장 “남자만 뽑아라” 지시 의혹 단독 보도
성차별적 발언·입시 개입 논란에 SNS에서 누리꾼 비난글 이어져
“목을 쳐주겠다” 막말 협박에 이은 악재…중앙대, 엎친데 덮친격
성차별적 발언·입시 개입 논란에 SNS에서 누리꾼 비난글 이어져
“목을 쳐주겠다” 막말 협박에 이은 악재…중앙대, 엎친데 덮친격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억대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전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번에는 성차별적 발언을 하며 대입 전형에 불법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누리꾼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 관련 기사 : [단독] 박용성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오면 뭐하나” )
중앙대의 수시모집 면접일이던 지난해 10월9일, 박 전 이사장은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교수와 입학사정관들에게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오면 뭐하나”라며 학교에 기부금을 낼 남성 지원자들을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한겨레>가 20일 보도했다. 합격자의 남성 성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는 문제의 전형은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으로, 졸업 뒤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 재직자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등에 다녔던 여성들이 많이 지원해 왔다.
대학 입학전형에서 합격자 남녀 성비 조정 의혹이 일면서, 트위터에서는 “박용성 이사장의 성차별 발언과 선발 과정의 성차별 의혹에 대한 중앙대의 해명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이 리트위트 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뉴스 댓글란에는 박 전 이사장을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뽑아줄 테니 돈 기부하란 소리. 돈 있는 집안 아들을 뽑으란 의미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네이버, cyh1****) “그 분 바르는 여학생이 부잣집 자제였으면 저런 말 안했겠지” (shly****)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안 그래도 기업에서 선호도 훨씬 높은 남학생들하고 경쟁하는 것도 힘든데 대입에서도 성별로 치여야 하나”라고 탄식하기도 했다.
질타는 두산그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입시에 차별을 강요한 것은 크게 처벌되야 할 일이고 두산의 인재상도 사뭇 의심스러워진다. ‘남자만 인재다’가 두산의 인재상인가?”(다음, mi**)라는 반응이 공감을 얻었다.
또 ‘사람이 미래다’라며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었던 두산그룹의 광고 캐치프레이즈도 이번 사태와 맞물려 패러디 대상이 되고 있다. “돈 내는 사람이 미래다” (네이버, thec****) “사람이 미래다 두산 광고에서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다 환하게 웃는 여학생이 생각난다. 남자가 미래다 -박용성” (tiny****)라는 반응들이다.
두산그룹의 모태가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최초의 ‘브랜드 화장품’이었던 ‘박가분’인 점에 비춰보면, 박 전 이사장이 여성을 “분 바르는 여학생”이라며 비하한 점이 아이러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신 할아버지가 박가분이라는 분 만들어 팔던 장사꾼이란 건 어떻게 생각하오? 당신이 지금 재벌 회장에 대학 이사장에 체육회장 행세할 수 있게 해준 게 그때 분칠하던 여자들이오.” (다음, 쫑사**)라는 반응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같은 날 <한국일보>에서도 ‘박용성 전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첫째딸에 대한 교수 임용을 주도했다’는 내용의 보도(▶ 관련 기사 : [단독] “박범훈 딸 교수 임용, 박용성이 밀어붙였다” )가 나오면서 박 전 이사장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다. 당시 중앙대 전통예술학부는 국악 분야에 교수 1명을 채용하면서 지원자격을 ‘영어로 음악 이론 교육이 가능한 자’ 등으로 이례적으로 까다롭게 했고, 결국 뉴욕대에서 음악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딴 30대 초반인 박 전 수석의 딸만이 유일한 지원자가 돼 교수로 임용됐다.
앞서 박 전 이사장은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발하는 교수들에게 “목을 쳐주겠다”는 등의 ‘막말 협박’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휘말린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1일 중앙대 이사장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정유경 박수진 기자 edge@hani.co.kr
두산 ‘사람이 미래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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