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토 오 마부제
[매거진 Esc] 이주의 와인 / 파라다이스 재무이사 박병룡의 ‘샤토 오 마부제’
와인은 참 신비롭습니다. 알면 알수록 새롭고,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와인의 세계에 깊이 빠진 것은 1994년부터입니다. 당시 홍콩에서 근무하던 저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와인 한 병을 꼭 사서 들어가곤 했지요. 하루종일 숫자들과 씨름하는 통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였습니다. 그런 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집이 있었지요. 피곤한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집 앞 작은 와인 가게였습니다. 줄지어 서 있는 다양한 와인을 보는 것도 큰 재미였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와인은 제게 둘도 없는 좋은 친구가 되었지요. 그 친구는 무거운 어깨를 풀어주고 지근거렸던 두통도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때부터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마시기 시작했지요. 가격이 싼 것부터 프랑스 최고급 와인까지 다양하게 접했습니다. 와인은 가격이 낮다고 해서 나쁘거나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는 아닙니다. 모두 각각의 색깔을 가진 것들이지요. 그 차이를 즐기는 것이 와인을 마시는 또다른 즐거움이었지요.
제가 몇 해 전 홍콩에서 발견한 ‘샤토 오 마부제’는 정말 멋진 와인입니다. 당시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영국인들과 마주앉아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지요. 이때 우리들 앞에 등장한 것이 ‘샤토 오 마부제’였습니다. 처음부터 반해 버렸습니다. 강건한 바디와 묵직한 잔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랑크뤼급(프랑스 최고급와인)은 아니지만 그것에 능가하는, 숨은 진주 같은 와인이었습니다. 바다에서 소중한 보물을 건져낸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기분이 좋아졌고 계약도 양사가 모두 흡족한 수준으로 체결되었습니다. 아마도 ‘샤토 오 마부제’가 아니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요! 그 이후 지금까지 제가 즐겨 마시는 와인이 되었답니다.
샤토 오 마부제/프랑스 생테스테프/13%/문의 신동와인(02)794-4531.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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