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토 라피트 로쉴드
[매거진 Esc] 이주의 와인/건축가 김영옥의 샤토 라피트 로쉴드
얼마 전 건축 관련 일 때문에 미국엘 다녀왔어요. 클라이언트(의뢰인·고객)를 만나고 온 거죠. 클라이언트이기도 하지만 오랜 친구이기도 한 분이었는데, 미국을 떠나오던 날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어요. 샌타모니카에 있는 발렌티노라는 오래된 레스토랑이었는데 아주 멋진 곳이었어요. 잘은 모르지만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와인리스트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와인이 2만여 가지가 있었는데, 와인리스트가 아니라 책에 가깝더라고요. 얼마나 두껍던지 펼쳐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음식을 먹으면서 와인을 한 병 주문했는데 그 와인이 바로 ‘샤토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 Rothschild) 2004년이었어요.
전 와인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 못하고, 와인 이야기 하길 겁내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날 저녁엔 좋은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기분 때문이었는지 와인의 맛을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한마디로 아주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와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너무 시거나 달거나 한 와인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요. 조금은 드라이하고, 타닌의 맛이 잘 느껴지는 걸 좋아하는데 그 와인이 그랬어요. 아주 맛있게 마셨어요. 그날 밤 12시 비행기가 예약돼 있었고, 기분 좋은 저녁과 아쉬운 마음이 겹쳐 있었죠.
식사를 마치고 헤어질 때 선물을 하나 받았어요. 아주 예쁜 포장 속에 ‘샤토 라피트 로쉴드’ 1994년이 들어 있었어요. 그걸 선물하기 위해 저녁에도 같은 와인을 주문한 거예요. 아직 그 와인은 마시지 않고 보관해 두고 있어요. 좋은 날 마셔야죠.
샤토 라피트 로쉴드/ 프랑스 포이약/ 13%/ 문의 신동와인 (02)794-4531
정리 김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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