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의 대여 자전거 벨리브(Velib)
[매거진 Esc] 세계의 작은 이야기
■ ‘대여 자전거’로 센강변을 / 파리
많은 대도시 사람들이 그러하듯 삶의 여유와 낭만을 즐기기로 유명한 ‘유럽 흡연율 1위’의 파리 사람들도 ‘참살이’, 즉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러한 파리 시민들에게 건강과 부숑(bouchon·병마개)이라고까지 불리는 지독한 교통체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자전거는 충분히 매력적인 도구다. 하지만 유난히 도난 사건이 잦은 파리에서 자전거를 살 엄두를 내는 시민은 많지 않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 바로 파리의 대여 자전거 벨리브(Velib)다. 한정된 공원에서 즐기는 대여 자전거와 달리 지하철역보다 촘촘하게 1천개의 무인 자전거 대여소를 파리 시내 곳곳에 설치했다. 따라서 출발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도착지에서 가까운 곳에 반납하면 된다. 하루, 한 주, 혹은 1년 단위로 가입할 수 있고,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어 버스가 끊긴 야간 시간에 요긴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원래 이런 형태의 자전거 대여 제도는 프랑스에선 리옹 지방에서 처음 시작됐다. 하지만 도난과 사고로 악명이 높은 파리에서 자전거 대여 제도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예상을 뒤엎고 대여 제도가 시작된 39일 만에 대여 횟수가 200만회를 넘고 5만3천명이 연회원 가입을 끝낸 상태다. 지하철 1년 정액권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리보다 큰 서울이라 서울시민 대부분에게 자전거 출퇴근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한강 곳곳에라도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해 시민들이 부담 없이 한강변을 달릴 날을 그려본다.
파리=글·사진 이은영 통신원
■ 가벼운 마음으로 ‘완 골동’ / 상하이
중국 잡지나 텔레비전 등에 골동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종종 ‘완 골동’(玩古董)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완(玩)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놀다’ 의 의미보다는 ‘구경하다, 감상하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골동품이라고 하면 가격이 비싼데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하이 포서 지역 서남쪽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골동품들과 놀 수 있는 곳이다.
골동품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동타이루 시장은 고가의 골동품보다는 골동품 느낌이 드는 중국풍의 인테리어 소품이나 기념품을 사기에 좋은 장소가 돼 가고 있다. 시장 양편으로 앞쪽에 자리잡은 가게에서는 한국 황학동 시장처럼 비교적 싼값에 진짜 골동품의 복제품이나 19세기 초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한 소품들을 판다. 그 뒤쪽 상하이 전통 건축 양식인 스쿠먼 주택의 1층에 자리잡은 가게들은 제법 값이 나가는 골동품을 팔기도 한다. 가게마다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골동품들과 더불어 마오쩌둥과 관련된 각종 포스터, 책자, 도자기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타이루를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하이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은 가 본다는 신천지를 구경한 다음 걸어서 가는 것이다. 신천지에서 빠져나와 타이핑차오 공원을 끼고 새로 지은 최고급 아파트와 일반 서민들이 사는 중국식 집들을 구경하며 서쪽으로 약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이다. 물론 시내 어디서나 택시를 타고 “동타이루!” 한마디만 해도 갈 수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911번 이층버스를 타고 시짱난루(西藏南路)에서 내려서 가는 것도 좋다.
상하이=글·사진 이수연 통신원
■ 가벼운 마음으로 ‘완 골동’ / 상하이

상하이 포서 지역 서남쪽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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