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이 간 작품 위를 걸어보라/ 런던
[매거진 Esc] 세계의 작은 이야기
■ 금이 간 작품 위를 걸어보라/ 런던
영국의 최고 모던아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테이트 모던 갤러리(Tate Modern Gallery) 일층의 거대한 터바인 홀(Turbine Hall) 바닥에 금이 갔다.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시작해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게 퍼지며 콘크리트 바닥을 가르는 금은 스웨덴 아티스트 도리스 살체도 (Doris Salcedo)의 작품전 ‘쉬볼레스’(Shibboleth)다. 지난 9일 열린 이 작품전은 그날 하루에만 1만2천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고 런던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경의 대학살’이라는 뜻을 지닌 쉬볼레스 작품전은 터바인 홀을 잔인하게 가르고 있는 금을 통하여 유럽인들과 그 외 다른 인종들의 점점 벌어지고 있는 관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회 분리와 인종차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럽의 이민자들의 아픔을 표현하고자 콘크리트 바닥에 “인류만큼 깊은” 금을 그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작품전의 거대한 스케일로 인해 일반인들과 예술계의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작품의 예술성이 거론되고 있는가 하면, 전시 설치과정에도 만만치 않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갤러리의 기본 바닥 위를 콘크리트로 덮어서 금을 내었을 것이라고 예측되지만, 살체도는 작품 설치 과정에 대해서 언급하기를 일절 거부하고 있다. 그는 이 전시의 핵심 요소는 작품의 의미와 뜻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작품전이 시작된 뒤 사흘 동안 다섯 명의 방문자들이 금 사이에 빠지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다. 우습게도 테이트 모던은 관람객들에게 안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화로 말미암아 희미해지는 국경과 그 사이를 넘나드는 방랑자 같은 국제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사회에서 부작용처럼 일어나는 인종차별을 다루는 것은 다소 무겁고 어두운 소재일 수도 있지만, 생동감 넘치는 작품은 충분히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다. 발을 빠뜨리지 않도록 조심만 한다면 말이다.
런던= 글·사진 이영주 통신원
■ 열도의 가을은 관광의 계절/ 도쿄
일본의 가을은 화려하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부시고 각종 먹을거리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이때가 바로 일본 열도가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최고로 주력하는 시기다. 도쿄를 비롯해 일본의 모든 도시는 국내 관광 상품 광고로 사방이 넘쳐난다. 야마가타현은 특산물인 포도를 내세웠고, 오키나와는 야자수가 하늘거리는 이국 풍경을 보여준다. 답사 여행, 목장 체험, 토산품 만들기, 미인기행, 심지어 수험생을 위한 숙박 시설 안내도 관광 상품으로 나오고 있다. 참으로 다양하다. 올해로 20돌을 맞는 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 제이아르(JR)도 이미 오래전부터 각 지역과 연계한 관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 역마다 특색 있는 도시락을 파는 ‘에키벤’ 문화도 제이아르가 주도하고 있다. 큰 역에는 어김없이 관광 상담 창구인 ‘제이아르 뷰’(JR view)가 설치되어 행선지의 택시 편까지 알아봐 줄 정도. 제이아르뿐 아니라 항공사도 관광 기획에 가세한다. 이 같은 국내 관광 붐은 거품시대(버블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대규모 사내 연수와 단체여행 장소를 물색했다. 이에 각 지방은 앞 다퉈 온천을 개발하고 토산품을 홍보하고 유원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품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유원지는 폐허가 되고 지역경제도 침체됐다. 최근 들어선 경기 회복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먼저 올해부터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이 시행되어 그동안 국토교통성 차원에서만 이루어졌던 관광산업을 정부 모든 기관과 연계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추구하는 이 법은 궁극적으로 국가 수입 증가와 일본의 대외 이미지 쇄신을 도모한다. 전통이 숨 쉬는 나라, 사계절과 음식 문화가 발달한 나라, 안전한 나라가 그것이다. 도쿄= 김일림 통신원

열도의 가을은 관광의 계절/ 도쿄
일본의 가을은 화려하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부시고 각종 먹을거리가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이때가 바로 일본 열도가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최고로 주력하는 시기다. 도쿄를 비롯해 일본의 모든 도시는 국내 관광 상품 광고로 사방이 넘쳐난다. 야마가타현은 특산물인 포도를 내세웠고, 오키나와는 야자수가 하늘거리는 이국 풍경을 보여준다. 답사 여행, 목장 체험, 토산품 만들기, 미인기행, 심지어 수험생을 위한 숙박 시설 안내도 관광 상품으로 나오고 있다. 참으로 다양하다. 올해로 20돌을 맞는 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 제이아르(JR)도 이미 오래전부터 각 지역과 연계한 관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각 역마다 특색 있는 도시락을 파는 ‘에키벤’ 문화도 제이아르가 주도하고 있다. 큰 역에는 어김없이 관광 상담 창구인 ‘제이아르 뷰’(JR view)가 설치되어 행선지의 택시 편까지 알아봐 줄 정도. 제이아르뿐 아니라 항공사도 관광 기획에 가세한다. 이 같은 국내 관광 붐은 거품시대(버블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대규모 사내 연수와 단체여행 장소를 물색했다. 이에 각 지방은 앞 다퉈 온천을 개발하고 토산품을 홍보하고 유원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거품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유원지는 폐허가 되고 지역경제도 침체됐다. 최근 들어선 경기 회복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먼저 올해부터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이 시행되어 그동안 국토교통성 차원에서만 이루어졌던 관광산업을 정부 모든 기관과 연계하기 시작했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추구하는 이 법은 궁극적으로 국가 수입 증가와 일본의 대외 이미지 쇄신을 도모한다. 전통이 숨 쉬는 나라, 사계절과 음식 문화가 발달한 나라, 안전한 나라가 그것이다. 도쿄= 김일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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