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걀 투척, 비스마르크!
[매거진 Esc]박미향의 신기한 메뉴
지난해 가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부속 섬 판텔렐리아를 다녀왔다. 반년이 다 지났건만 문득문득 그곳이 그리워진다. 잘생긴 이탈리아 청년을 만나 사랑을 나눈 것도 아닌데 꼭 다시 가 볼 꿈을 꾼다. 이탈리아 남부 요리 때문이다. 자연의 맛을 최대한 끄집어 낸, 비릿함마저도 세상 최고의 주방에서 만든 비법으로 바꾼 요리들.
최근 몇 년 동안 이탈리아레스토랑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유행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 맛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베레세레’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비슷한 그 맛을 발견했을 때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것처럼 기뻤다. 명품 바이올린의 올곧은 선처럼 탄탄한 면 맛을 느끼게 한 파스타. 고통스럽고 힘겨운 조리 과정을 당당하게 이겨내고 식탁에 등장한 맛이 전해졌다.
요리사 김상민(33)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3년간 공부를 했다. 이탈리아 전국의 맛집을 두루 여행하면서 그 역시 시칠리아 요리에 반했고 그래서 그의 맛집 ‘베레세레’에는 시칠리아 요리가 가득하다. 그곳에서 만난 두 가지 이탈리아 요리를 소개하려 한다.
피자 ‘비스마르크’는 반죽을 펴서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치즈와 프로슈토(돼지 뒷다리로 만든 이탈리아 햄)를 얹은 다음 반숙으로 익힌 달걀을 얹고 굽는다. 열정적인 이탈리아처럼 붉은 티가 둘러진 피자 위에 달걀을 터뜨려 먹는다. 순간적으로 노른자의 밝은 기운이 흥건하게 퍼진다. 해풍이 가져다준 짠 듯 한 맛이 납작하고 텁텁한 밀가루의 맛을 한순간 짜릿한 것으로 바꾼다.
두 번째로 발견한 신기한 맛은 ‘시칠리아 스타일의 레몬셔벗’이다. 물과 레몬즙, 설탕, 레몬껍질, 생크림을 섞어 이틀 동안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이 맛은 아주 달콤하다. 신맛이 너무 입안을 고통스럽게 할 거라고? 아니다. 오히려 레몬 향은 천사의 향수처럼 너른 접시를 포근하게 물들인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누구나 여행을 하고 그곳에서 잊을 수 없었던 것을 돌아와서 기억하려고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 자신의 인생이 그곳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02)3444-7122.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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