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쌀집 자전거
[매거진 esc] 펀펀사진첩
유난히 신기한 것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면 비싼 명품가방보다는 야시장에 있는 허름한 물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어 보이는 물건에 팍 꽂힌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싱가포르 벼룩시장에 쇠목걸이(목이 부러질 뻔해서 안 하는)이고, 베이징 야시장에서 딱 하나 남았던 새빨간 중국옷(뚱뚱해져서 못 입는)이었다. 하늘 높고 바람 솔솔 부는 지난 12일 경주에서였다. ‘’ 하고 눈을 사로잡은 물건을 만났다. 자전거! 쌀집 자전거! 어린 시절 동네를 씽씽 달리면 쌀부대를 전해주었던 그 자전거였다. 녹이 생기다 못해 가루로 부서져서 곧 무너질 것 같은 자전거였다. 이 자전거의 주인은 전아무개(31)씨였다. 그는 동화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에코레일 자전거투어’ 열차여행에 다른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유머가 있는 그 자전거에 즐거운 미소를 던졌다.
이 신기한 자전거 덕분에 처음 외롭게 달리기를 시작했던 전씨는 금세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 문득 우리 집 마당에 옮겨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 그저 카메라에 담아 집으로 옮겼다.
강하게 심장을 파고드는 피사체를 만났을 때 사진기는 꿈꾸듯 춤을 춘다. 전씨를 쫓아 뛰어다녔던 시간은 흥겨운 놀이였다. 일상에서 우연히 자신만의 피사체를 발견했을 떄 놓치면 안 된다. ‘나중에 다시 찍지 뭐’ 생각하면 절대로 다시 만날 수 없다. 놓치지 말자! 자신만의 피사체! …
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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