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눈
[매거진 esc] 펀펀사진첩
핵폭탄 터지듯이 큰 사건이 예고된 장소에서 사진기자는 긴장한다. 1초, 2초, 그런 취재 현장은 뜨겁다. 서서히 피사체가 다가온다. 먹이를 놓치면 안 되는 사냥꾼처럼 피가 마르고 침이 굳는다. 카메라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꿀꺽! 침을 삼키는 순간 다다닥 셔터를 누른다. 짧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같은 현장은 없다. 사진기자는 시위 현장이든 인물사진을 찍는 순간이든 몸을 바싹 세운다. 긴장감을 온몸에 휘감는다. 자신의 눈에만 ‘팍’ 꽂히는 어떤 대상을 발견하면 확장되는 동공과 끓는 피 때문에 미쳐버린다. 함께 흥분하면 결과물 사진은 ‘개판’이 된다. 초점은 흔들리고 색은 안 맞고 피사체는 프레임 네 귀퉁이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한 선배는 긴장되는 취재 현장일수록 침착해야 한다며 느긋해지는 비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그의 비법은 껌이었다. 마치 몸 좋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처럼 질겅질겅 껌을 씹는 것이다. 씹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헐떡이던 숨은 가라앉고 노련하고 매서운 사냥꾼이 된다. 2003년 <로이터> 사진기자 뱅상 케슬레르(Vincent Kessler)는 56번째 칸 국제 영화제에서 차갑고 번뜩이는 눈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는 미스프랑스 출신인 마레바 갈랑테르(Mareva Galanter)의 얼굴을 찍지 않았다. 그의 카메라에 박힌 것은 그녀의 다리였다. 그녀가 자신에 감은 것은 욕망일까, 예술일까? 사진기자 뱅상 케슬레르가 발견한 취재 현장의 뉴스는 마레바 갈랑테르의 다리였다. 발견했을 때 뱅상은 또 얼마나 긴장하고 흥분했을까! 글 박미향 기자·사진 <로이터: 더 스테이트 오브 더 월드>(템스 앤 허드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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