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요>
[매거진 esc] 추천은 잘해요
1. 요네하라 마리 <미식 견문록>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에 닿아 있다. 아니, 위(胃)에 닿아 있다.’ 공산당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에서 살게 된 일본인 소녀의 영혼은 찰진 쌀밥이며 새콤한 ‘우메보시’ 따위에 닿아 있었나 보다. 러시아어 동시통역사가 된 그녀는 언어에 천착하는 직업적 장기를 살려, 그 그리움과 신기함의 기억을 파고든다. 보드카부터 낫토까지 음식 이름의 어원, 지역 문화, 세계사를 무람없이 넘나들며 풀어놓는다. <고종석의 여자들>은 이 지적인 여성을 ‘정숙한 미녀’라고 부르지만, 사실 나는 그녀에게서 오타쿠의 면모를 본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백과사전과 온갖 책들과 외국 친구들의 힘을 빌려 끝내 호기심을 해결하고야 마는 지식 오타쿠. 이 책은 역사상 가장 지적이고 집요한 방식으로 식탐을 고백하는 에세이다. 2. 시와 <소요> 올봄에도 개나리 목련 벚꽃은 순서를 지켜 핀다. 봄이 좋은 건 새로워서가 아니다. 시와의 음악도 그렇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얘기할 때 기대되는 미덕을 성실히 지키는데, 그래서 좋다. 봄볕 속으로 차를 몰면서 ‘싹이 돋아 올랐네’ 하는 부분을 자꾸 흥얼대게 된다. 3. 홍대 카페 ‘시연’ ‘무소유’를 실천하는 독서법 제안. 집에서 책을 한 권 들고 나간다. 홍대 교정을 산책도 하고, 벤치에 앉아 다 읽은 다음 커피로 바꿔 마신다. 책 한 권에 커피 한 잔으로 물물교환해주는 이 카페는(그래서 헌책도 판다) 상수역에서 합정역으로 가다가 주차장 골목 직전에 있다.
황선우/<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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