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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친노 나쁜가?…난 둘 다 아니지만”

등록 2011-01-20 14:50

개그우먼 김미화
개그우먼 김미화
[김어준이 만난 여자] 블랙리스트 파문 통과한 개그우먼 김미화

김어준이 만난 여자
김어준이 만난 여자
이것들이 미쳤나. 매번, 되뇌었다. 몇 년간 그를 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마주할 때마다 말이다. 신경민과 손석희만 해도 저들이 느끼는 불편과 불안의 정체를 어떻게든 가늠은 해보겠는데, 이게 그와 관련된 사안들에 이르면 그저 그렇게 괴이할 따름이었다. 자사가 애써 키운 진행자를 오히려 경영진이 하차시키려 한 엠비시(MBC)의 ‘퇴출 시도’ 건부터 에스비에스(SBS)가 발급한 ‘좌파 아님 확인서’ 건까지 희한하지 않은 사건이 없었다만, 케이비에스(KBS)의 ‘블랙리스트’ 건에 이르러서는 이건 뭐 해괴한 수준에 도달하고 마는 거다. 트위터 글 하나로, 일국의 공영방송사가, 일개 연예인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거. 그것도 겨우 반나절 만에. 세계방송사에 전무후무할 사례라는 데 오백 원 건다. 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그에게 직접 묻고 싶었다. 대체 저들은 왜 그렇게까지, 당신을 미워하는 거냐고. 긴 기다림 끝에 만났다. 바로 그 문제의 김미화를.

평소 안면 있던 터라 인사치레 생략하고 짬뽕부터 주문하고는 바로 본론 돌입. 자, 김미화를 미워하는 사람들 있다.(웃음) 김미화는 그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는 지점 있고. 오늘 인터뷰 목표는 저들이 오해하고 있는 건 뭔가. 그리고 김미화 스스로 자신을 오해하는 지점 없는가, 밝혀 보잔 거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다.” 오케이. 가 보자. 엠비시에서 시사 프로 진행하고는 인생 바뀌지 않았나. “바뀐 거 같다. 난 즐거운 사람으로 남는 게 인생의 목표인데, 심각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자꾸 보니까. 뭐 또 턴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 안 된다.(웃음) 김미화의 사회적 위치, 그 좌표가 이미 달라졌다. 그 변화 못 느끼나.

“음. 이상하게 영화인들이 나를 좋아한다.(웃음) 과거와는 반응이 완전히 다르다. 좋아합니다, 가 아니라 존경합니다, 로. 존경할 일을 해드린 적이 없어 죄송한데.(웃음)” 왜 그런다고 보나. “글쎄, 어깨 힘 빼는 거, 내 프로에서 그런 걸 느끼는 거 아닐까.” 그건 존경까지 할 일은 아니고. 그들은 김미화가 뭔가를 해냈다고 느끼는 거다. “몇 차례 잘릴 뻔했는데, 거기서 버틴 거?” 그거 포함해서. 사람들은 김미화가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는 거다. 저들 뜻대로만 되진 않을 거란, 그런 저항이 김미화라는 상징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거다.

“실은 나로서는 사투를 했다. 그야말로 지켰다 이 자리를. 하지만 내가 이 자리가 욕심이 나서 그걸 위해 싸운 건 아니다. 근데 인생 참 재밌는 게 난 원래 시사 맡기 싫었었다. 연예인은 대중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다 피디가 따뜻한 뉴스로 수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사회복지라는 말에 넘어갔다.” 이렇게 험한 꼴 당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폭소) “모르고.(웃음)” 근데 왜 하필 설득 키워드가 복지인가.

“아마 어린 시절 때문인 거 같다. 정말 가난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구청에서 밀가루 타서 먹었으니까. 개울 옆 판자로 만든 무허가에서 살았는데 9살 때 아버지가 폐병으로 돌아가셨다. 학교 갔다 왔는데 방문 열자마자 싸늘한 기운에, 그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실감하진 못했다. 엄마가 왜 저렇게 울지, 했었으니까. 이후 엄마는 보따리 장사 하러 시골 다니셨는데, 그럼 남겨진 나는 동네 어른들 앞에서 노래하고 재롱 피우는 게 낙이었다.”


개그우먼 김미화
개그우먼 김미화
충분치 않았던 사랑, 그 부족분을 무대 위에서 받아낸 거구나. “예리하다.(웃음) 맞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짐했다. 코미디언이 되어야지. 그래서 성공하면 이분들에게 보답해야지. 내겐 그게 유일한 위로였으니까. 인기도 얻고 돈도 벌고 하니까 그 시절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각종 단체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는데 그게 20년이 넘다 보니 80군데가 넘어가게 된 거다.” 그런데 그게 또 좌파단체라며 욕먹지 않았나. “내가 좌우 가리며 한 것도 아니고. 아니 그런 걸 알지도 못했는데. 워낙 많으니 섞여 있고 우에 속한 단체도 엄청 많은데. 내가 정말 오랜 세월 진심으로, 선의로 해왔던 봉사는 다 어디로 가고. 갑자기.” 욕을 해.(웃음) “정말 억울하다. 20년 넘게 해오던 일인데 갑자기 좌파단체라니.”

궁금한 게 바로 그 대목부터다. 대체 왜 그렇게 김미화를 미워하는 건가. “글쎄 나도 참 의아한데. 엠비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김미화가 만만해 보여서가 아닐까.” 안 그래도 엠비시 마음에 안 드는데 개그맨 주제에 시사 한다니 너 잘 걸렸다, 엠비시 대신 맞아라, 이런 거? “그런 마음 있다고 본다.” 그것도 있겠지만 결국 노무현 때문 아닌가. “그렇다. 그게 클 거다.” 그런데 왜 친노라는 건가. “나도 참 희한하다. 난 친노 아닌데. 난 대중 연예인으로 역대 모든 대통령에게 충성한 사람이다.(웃음)” 친노가 아니란 말은 그를 추종해 정치참여를 한 적이 없단 말인가. “그렇다.”


친노에는 노무현을 좋아했다는 뜻도 포함되는데. “이게 또 빌미가 될 수 있는 말인데.(웃음) 마음이 참 따듯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인간적 호감이 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만 좋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럼 이명박도 좋은가.(웃음) “좋아한다고 꼭 써 달라.(웃음)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도 좋아했다. 그다음에.” 그다음엔 많지 않을 텐데.(폭소) “그렇지만 난 대중 연예인으로 그분들 다 존중했고 정치적으로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았고 또 그런 표현을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내가 그런 적이 있다면 말을 해달라는 거다.”

노무현과 손잡고 정치하려 했다며 일부 매체가 근거로 삼는 ‘1992년 2030 물결문화제’는 뭔가. “민주당 행사였는데 문화제 형식이었기 때문에 나 말고도 연예인이 한 40~50명은 참여했다. 그때 난 ‘삼순이블루스’라는 코미디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매니저가 그 문화제에서 ‘삼순이블루스’를 하면 어떻겠냐 하기에 피디한테 전했고 피디가 그럼 아예 출연시키자는 기획을 해서 보좌관인가한테 전화해 딜을 한 거다. 당시 청문회 스타로 뜬 사람을 우리 코너에 출연시킬 수 있다면 좋은 거니까. 그래서 실제 가서 콩트도 했다. 그런데 그거 녹화 뜬 건 결국 방송되지도 못했다. 한나라당(신한국당)이 집권하던 시절이라. 눈치 보는 사람들이 있었겠지. 그러니까 이게 더 웃긴 거다. 방송도 안 된 건데. 게다가 노무현이란 사람 그때 처음 만난 건데 무슨 손을 잡고 정치를 하나.” 그거 김미화가 아니라 피디가 기획했다는, ‘김미화 좌파 아님’ 증명서가 그래서 에스비에스에서 발급된 거구나.(웃음)

그럼 대통령 퇴임 1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 사회 본 건. “그건 청와대에서 연락 온 것도 아니다. 인터넷기자협회에서 온 거지.” 기자협회가 김미화를 자기들이 기획한 행사 사회자로 택한 건가.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내가 이전 대통령들하고 또 그 영부인들하고 청와대 가서 찍은 사진이 몇이고 참석했던 행사가 몇인데, 그런 건 왜 안 따지나. 그리고 김미화, 정치할 거란 말 신물 나게 들었는데 내가 정말 정치에 관심 있었더라면,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 3선은 했을 거다.” 미안할 건 없다.(폭소) 듣고 보니 노무현에게 표를 주지는 않았겠다. “표를 주지는 않았다.”

그럼 좌파란 지적은. “동의하지는 않는데 좌파가 나쁜 건가. 그리고 내가 친노 아니지만 친노가 나쁜 건가.” 이라크 파병 반대나 촛불집회는. “유니세프 특별대표로 아프리카 많이 갔고 팔다리 절단된 아이들 수없이 봤다. 전쟁 반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효순이 미선이 추모집회 갔던 건 내가 딸 둘 엄마인데, 아이들이 죽었는데, 용서를 해도 우리가 해야지, 그걸 못하게 하는 소파 규정이 불평등하다 생각해 간 거다. 그게 다다.” 그럼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은. “생활에선 상당히 보수적이다.” 예를 들면. “고루하다. 정직해야 하고 바르게 살아야 하고 거짓말 안 되고.” 그건 이념적 보수완 무관하다. 우리 이념 지형이 워낙 왜곡된데다 좌라면 움찔하던 시대 덕에 스스로 좌우 구분 안 되는 이들 부지기수다. 이 기회에 잠깐 따져보자.

혼전 동거 어찌 생각하나. “우리 사회가 아직 받아주질 않으니. 몰래 하면 괜찮다.(웃음)” 무상급식은. “찬성이다.” 낙태는. “난 낙태에 죄의식 있다. 태아에 장애가 있대서 낙태한 적 있다. 그래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가능하면 낳고 사회가 책임져주는 시스템이면 좋겠다.” 노조는 필요한가. “필요하다.” 동성애는. “동성애 가족도 여러 가족 형태 중 하나로 인정해줘야 한다.” 전교조는. “굉장히 개혁적인 분들이다.” 그런 게 불편한가. “불편하지 않다.” 4대강은. “꼭 필요한지 먼저 판단해 보고, 정말 필요하다면 한 50년에 걸쳐 긴 안목으로 환경친화적으로 해야 한다. 독일 어떤 마을은 동네 아스팔트와 시멘트를 전부 다 걷어내더라. 그런 판국인데.” 좌파 맞네.(폭소) “맞나?” 맞다.(폭소) 저들이 말하는 친노좌빨의 그 좌는 아니지만. 사실 친노는 좌도 아니고.

이제 블랙리스트 이야기 해보자. 그 말은 케이비에스 노조가 처음 쓴 거 아닌가. “그렇다. 임원회의 결정사항이란 문건을 보고 노조에서 김미화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4월에 했다. 사실 고소를 하려면 그때 그걸 가지고 거꾸로 내가 했었어야지. 당시 내가 그 임원 만나 물었었다. 이게 뭐냐고.” 뭐라던가. “그냥 회의 때 우리끼리 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래서 그럼 오해 없도록 풀어주세요, 했고. 그렇게 일단락된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7월에 다시 일이 불거진 건데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게 고소를 당한 건가. “당일 전화가 와서 난 이게 고소할 일이 아니지 않으냐, 이야기로 풀자고 했다. 그런데 바로 고소를 하더라. 그래서 내가 왜 그랬냐고 높은 분에게 물었는데,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더라.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시범케이스로. 그런 거 아니었을까.”


개그우먼 김미화
개그우먼 김미화
당시 김미화가 친구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욕먹었다. “그건 이렇다. 경찰 조사에선 계속 모른다 했고, 경찰이 그럼 통화기록 뒤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케이비에스와 김미화 입장을 듣겠다고 해서 케이비에스 서류를 먼저 구해봤는데 거기 그 친구가 이미 특정되어 있었다. 깜짝 놀랐다. 케이비에스 주장이 그런 거였다. 남편 출연을 거절하자 내가 앙심을 품어서 그랬다고. 유치해서 정말. 그게 대질심문 보름 전이었는데 이미 보호 의미가 없어져버린 마당이었고 그래서 친구들끼리 이간질시켜 놓고 싹 빠져버린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거다. 하지만 아마 그 친구는 평생 나를 원망할 거다. 그 사건이 자기한테까지 온 게 원망스러울 거다. 자기까지 오기 전에 케이비에스와 합의를 하길 원했는데.” 김미화 자기 혼자 살려고 끝까지 가버렸다? “그렇지.” 이 대목에서 갑자기 눈물이 맺힌다.

그럼 그때 오간 이야기는. “우린 재혼부부라 신나게 살자가 목표다. 하루하루가 아깝다. 그래서 두 번째 재즈음반 내면서 어떻게 신나게 쇼케이스 할까 고민하다 친구가 있는 프로에 내 딴엔 의리상 먼저 접촉한 거다. 그런데 케이비에스 분위기가, 4월에 그런 것도(임원회의 문건) 있고, 그래서 좀 어렵다, 윗사람과 오해를 풀어야겠다고, 그 친구 역시 선의로 내게 말했던 거다. 난 자존심이 상해 다음 날 국장한테 만나자고 했더니 노조파업 중이라 다음에 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트위터에 그 이야기를 쓴 거다. 이게 대체 사실이냐고. 케이비에스에 계신 분들이 밝혀달라고.”

물리적 문건 있어도 지켜지지 않으면 리스트는 없는 거고, 문건 없어도 누구누구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내부구성원들이 스스로 자기검열하면 리스트는 있는 거다. 그러니 문건은 없었으되 리스트는 있었네. 그리고 그 사안이 폭발한 건 결국 ‘블랙리스트’라는 단어 하나 때문이었던 거고. 김미화는 4월에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출연 안 된다니까 노조가 사용했던 그 단어 바로 떠올랐던 거고. 시청료 인상 건으로 전전긍긍하던 케이비에스 고위층은 그 단어에 제 발 저린 도둑처럼 화들짝 놀라 음모라 생각한 거고. “그런 것 같다. 그때 케이비에스가 나한테 가장 먼저 한 이야기가 시청료 인상 방해하려고, 그런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블랙리스트 언급한 거 아니냐고 했었으니까. 난 당시 시청료 인상을 하려고 하는지도 몰랐었는데.” 시청료 인상은 종편과 맞물려 대단히 예민한 정치적 사안이었으니까. 고소를 결정한 자들은, 바로 자기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 음모의 관점으로만 김미화를 본 거다. 멍청하게도. 이제 알겠다. 일이 어쩌다 그리 된 건지.

시대가 우리 정신의 속살에 음각해둔 이념적 공포나 생래적 보수성 따위가, 그 어떤 이론의 도움도 없이, 그저 삶 그 자체를 통해, 어떻게 정치적 각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그보다 여실히 드러내는 경우란 흔치 않다. 그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의 그를 힘껏 응원하는 건 그래서다. 이 후진 시대 다 지나고 나면, 오늘 못 전한 오프더레코드, 한 번 더 털어놓기로 하자. 그때까지, 으라차차 김미화!

PS. 참 다행이다. 이런 이를 보고도 그저 친노좌빨이란 말밖에 못 떠올리는 저들 지성의 궁상과 빈곤이 말이다. 으하하하. 끝.

글 딴지일보 총수·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김미화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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