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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의 평등권

등록 2012-04-11 18:51수정 2012-04-13 15:17

[매거진 esc] 신 기장의 야간비행
인도네시아 발리에 도착해 호텔로 가는 동안 승무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심각한 표정을 한 여승무원에게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하소연했다. “기장님, 아무래도 저 불만레터 받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인즉, 한 할머니 손님이 가방 드는 것을 도와드리려 하자 자상하게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옆에 있던 며느리로 보이는 젊은 부인이 말하길, “어머니, 이 아가씨한테 시키세요. 막 부려도 돼요. 이런 거 하라고 여기 탄 사람들이에요.” 이 말에 승무원은 불쾌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나 보다. 젊은 부인은 손님에게 상냥하게 대하지 않았다며 불만레터를 쓰겠다고 했단다. 그 승무원의 이야기만 듣고는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의미 없는 일 같았다.

권리는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 할 진짜 소중한 권리를 잊은 채, 돈으로 산 작은 권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비행기 객실은 인간 세상을 그대로 흉내 내 옮겨놓았다. 일등석 브이아이피(VIP) 승객이 고급 와인을 즐기는 동안, 일반석에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동남아 직업훈련생이 두고 온 가족 사진을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들은 서로 다른 돈을 내고 서로 다른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모든 권리는 돈으로 사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하늘 앞에서 인간은 그저 모두가 평등할 뿐이다. 승객들은 모두 똑같이 ‘하늘을 여행할 권리’와 ‘안전을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승무원들에게는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여 공평하게 나누어 줄’ 의무가 있다.

만약 비상상황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 승무원들은 승객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질 것이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안전을 분배할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 생존율 50%의 상황이라면 건장한 청년은 70%의 생존율을, 노약자나 어린이는 30%의 생존율을 가질 것이다. 우리 승무원들은 모두가 50%를 가질 수 있도록 노약자들을 먼저 보호할 것이고, 건장한 청년에게는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일등석 승객은 일반석보다 4배 많은 돈을 치렀지만 4명분의 안전을 누릴 수는 없다. 똑같이 50%의 생존율을 분배받을 것이다. 돈이라는 가치척도를 놓고 보면 불공평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안전이란 돈으로 사는 서비스가 아니다. 모든 승무원들에게 승객을 구하는 일이란 더 이상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며, 모두의 소중한 권리를 지키고 나누기 위한, 숨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다.

이번 선거에 자신의 권리를 찾았는가? 투표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연말 대선에는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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