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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패션 따라잡기

등록 2013-04-24 18:42

[매거진 esc] 신 기장의 야간비행
조종실에서 한창 비행 준비를 하고 있는데, 커피를 들고 온 부사무장이 신나서 말했다. “기장님, 오늘 소녀시대 탄대요!” 그 소리를 듣고, 무뚝뚝하게 비행 컴퓨터만 만지고 있던 부기장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외쳤다. “제시카도 탄대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부사무장이 당황하며 대답하자, 부기장은 그녀의 소매를 붙들고 부탁했다. “제 아들이 제시카 광팬이거든요. 사인 좀 받아주세요! 꼭 받아야 해요!” 어린아이 같은 표정과 주체할 수 없는 적극성으로 보아 그 사인은 분명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닐 것 같았다. “예, 예, 노력해 볼게요…” 그녀가 대답하며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조종실 창문을 열고 승객들이 탑승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한눈에도 연예인으로 보이는 몇 명의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게이트에 나타났다. 잠시 후 부사무장이 다시 인터폰으로 중요한 보고를 해주었다. “9명 중에 5명 탔어요. 제시카, 써니, 효연, 서현, 그리고 유리!” 아마도 삼촌 팬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보다. 나도 가서 사인도 받고, 악수도 해보고 싶었지만 주책스러움은 상상만으로 충분했다.

얼마 전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뒤늦게 그날 공항에서의 소녀시대 사진을 발견했다. 그녀들의 ‘공항패션’ 기사들을 스크랩해 놓은 곳이었다. 무대의상에만 익숙하다 보니, 보통 사람처럼 사복을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일반인이 연예인과 실제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고 어쩌면 패션이나 액세서리를 따라 할 수 있는 곳이 공항이다. ‘공항패션’이 화젯거리가 되니 이제는 전문 파파라치도 있다고 한다. 장거리 비행이라면 무조건 편하게 입어야 좋을 텐데, 이제 연예인들은 비행기 탈 때 뭘 입어야 할지도 큰 고민거리가 되지 않겠나? 이런 걱정이 드는 걸 보니 나도 벌써 소녀시대의 삼촌 팬이 다 되었나 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공항패션 따라잡기’는 또다른 즐거움인 것 같다. 여름휴가철 제주행 비행기는 공항패션의 최고 경연장이다. 연예인 뺨치는 패션에 눈이 쉬지 못한다. 봄철 수학여행 패션은 교복이든 사복이든 아이들의 고민이 엿보여서 귀엽다. 중국의 유명 관광지로 떠나는 비행기에는 중년의 단체승객들이 하나같이 반짝이는 새 등산복을 입고 있다. 새로 산 예쁜 옷 정성스럽게 차려입고 내 비행기에 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왠지 고맙고 뿌듯하다.

사실… 고백하건대, 나도 좀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려고 유니폼 수선해서 입는다.

신지수 대한항공 A330 조종사·<나의 아름다운 비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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