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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수학과외?…운동 하나 더 가르치죠

등록 2006-08-21 17:58수정 2006-08-21 18:11

동네 체육관마다 방과후 체육과외 열풍
사회성 교육에 안성맞춤…비용도 저렴
으라차차 생활 스포츠 ⑤ 독일 체육 사교육 /

5살짜리 애한테 수학을 왜 가르쳐요? 운동을 한가지 더 익히게 하겠어요.”

자식 교육에 대한 부모의 열의는 세상 어디든 마찬가지다. 독일의 부모들 역시 학교에서 이뤄지는 수업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들도 자식들에게 ‘사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그들의 사교육은 한국의 사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 걸음마 떼기 전부터 영어와 수학에 자식들을 ‘올인’하는 한국의 사교육과 달리, 독일의 방과 후 교육은 평범한 동네 학교 체육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노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줄 뿐”

독일 쾰른시 근처의 소도시 프레켄시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 학교 수업이 끝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시각, 이 체육관에서는 대여섯살 난 어린이들의 체육수업이 한창이다. 우리의 ‘얼음~땡’과 비슷한 술래잡기 놀이로 몸을 풀 때만 해도 ‘이게 무슨 과외 수업인지’ 의문이 간다.

그러나 몸풀기가 끝나자 마루바닥에 평균대와 매트, 뜀틀이 깔린다. 이런 준비는 모두 아이들 스스로 한다. 그런 뒤 각 기구들을 돌아가면서 순환식 교육이 이루어진다. 간혹 장난치고 까불대는 아이들도 있지만 수업은 큰 말썽없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2명의 스포츠지도자들이 각각 4명의 아이들을 맡아서 균형감각과 스스로 몸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30분 가까이 진행된 수업은 크고 묵직한 매트를 모두 힘을 합쳐 체육관 한쪽에서 반대쪽 끝으로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체육에 녹아든 사회교육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체육수업이지만, 프로그램 속엔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한 노력들이 숨어있다. 우선 신체 발달 상태가 비슷하면 나이는 물론 성별의 구분이 없다. 나이대를 섞어 놓아 사교성을 기르기 위해서다. 물론 같은 또래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에겐 일정한 책임을 부여한다. 5~7살 프로그램의 경우 7살 맏언니에겐 수업 도중 필요한 도구들을 가져오게 하고,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동생들을 가르치게 하는 등 나이에 맞는 역할을 던져준다.

한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광경도 있다. 3~5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모와 함께 하는 체육’ 시간은 아이 1명-부모 1명이 짝을 이뤄 수업이 진행된다. 이날 모인 12명의 아이 중 6명이 아빠 손을 잡고 체육관을 찾았다. 3살짜리 딸과 함께 온 올리버 핀크(40)는 “아내와 한번씩 번갈아 참여한다”며 “올해 유치원에 입학하는 언니(6)와 함께 지내려면 좀 더 활동적일 필요가 있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수학·외국어 중심의 한국 사교육 현실을 설명했더니 “이 나이(3~5살) 아이에게 더 이상의 사교육비를 쓸 생각은 없다”며 한국에 대해 뜨악한 표정을 짓는다. 건축업을 하는 하르트힝 헨셀러(41)는 “그럴 여건이 되면 다른 운동을 더 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을 맡은 마리언 말런 데어빅(38)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그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자신의 어린 아들을 보듬어 안은 채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기어다니는 꼬마들도 형·언니들이랑 같이 어울리다 보면 걷기 시작하는 때가 빨리 온다”며 “아이들 스스로 놀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체육관 하나면 준비 끝

이런 ‘체육과외’는 체육관이 있기에 가능하다. 독일의 모든 학교체육시설은 교육부나 학교장이 아닌 정부 체육국이 관할한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각 지역 스포츠클럽들이 간단한 절차만으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근처에 있는 학교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독일내 초등학교의 80% 이상, 중·고등학교는 100%에 가까운 학교들이 크고 작은 체육관을 하나 이상씩 갖추고 있다. 스포츠클럽들의 ‘체육과외’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체육관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체육관들이 오전엔 학교체육수업에, 방과 후엔 스포츠클럽들의 ‘과외활동’에 이용된다.

성인은 84유로(약 10만4천원), 18살 미만은 절반의 연회비로 스포츠클럽에 가입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지역엔 3~4년 전부터 어린이 스포츠클럽들이 운영중이나 3개월에 30만~40만원 안팎이라, 서민들이 쉽게 이용하기엔 부담이 크다.

프레켄/글·사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학교체육 보완해 종목별 심층교육”

지역 스포츠클럽 좀머-비르츠 사무국장

독일은 스포츠클럽이 발달된 유럽에서도 ‘사회체육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클럽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인구 4만8천명이 사는 작은 도시 프레켄시에서만 30개 안팎의 스포츠클럽이 존재한다. 이들 클럽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100유로(12만원)도 되지 않는 1년 회비로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클럽들이 비영리법인이다. 그래서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은 물론,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체육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테에스(TS)-프레켄’ 스포츠클럽의 크리스텐 좀머-비르츠(47·사진) 사무국장은 연회비가 저렴할 수 있는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회원수 1600명인 이 클럽에 소속된 스포츠지도자는 50여명. 모두가 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지만, 이들 역시 클럽회원으로서 운동이 좋아서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이다.

부모들이 체육과외를 시키는 이유는 뭘까? 독일 초등학교의 경우 1주일에 3시간 정도 체육수업을 실시한다. 영어 수학 국어(독어) 수업이 평균 4시간인 것을 보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여기 부모들은 사회성·사교성을 기르는데 체육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당 3시간만으론 운동을 하기에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학생들의 수준도 다양한데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교사 한명이 제대로 가르치기엔 불가능하지 않는가.”

좀머-비르츠 국장은 “스포츠클럽이 학교체육의 보완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기로 접어들수록 배우는 운동종목이 많아져 스포츠클럽의 필요성이 절실해진다”며 “아이들이 스포츠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면, 클럽은 여러 스포츠들을 좀 더 세분화해서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좀머-비르츠 사무국장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흥미거리를 계속 만드는 게 스포츠지도자들에게 던져진 과제”라며 “스포츠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이 어린이 스포츠 교육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프레켄/글·사진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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