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기 알맞은 계절이다. 한 달만 지나면 산과 들판은 찬란한 연초록으로 변할 것이다. "나이 드니께 봄이 좋구마. 젊은 시절에는 가을이 좋았제. 안묵어도 배가 부른 것 같은 들판을 바라보고 있이믄 여름 내내 땀 흘린 보람도 있었고 거둬들일 적에는 곡식알 하나하나가 금싸래기만치로 천 년 만 년 살 것 겉...
심술궂은 노인 특유의 표정으로 변한 공 노인이 혜관을 빤히 쳐다본다. "허 참, 소승이 뭘 잘못했기에 노인장께서 이리 역정이시오?""세상만사가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고,""…… ""세월이 가는 것이 안타까운데 해는 또 왜 이리 긴지 모르겠소.""그러니 저울대 한복판에...
나는 속절없이 사람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게 있다.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게 절대로 사랑이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이렇게 하는 건 자신의 불안을 덮는 데 지나지 않으며, 불안의 중심에는 이기적 동기가 도사린다. 이것은 관계를 희생해 자신을 보호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사람을 기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