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단속으로 고향을 떠나거나
꿈을 접어야 하는 조안면 사람들의 이야기
꿈을 접어야 하는 조안면 사람들의 이야기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단속으로 조안면 내 84개 업체의 주인들이 기소돼 벌금형과 징역형에 처해졌다. 대부분 소매점 허가를 내고 음식점을 운영했던 이들이다. 이 가운데는 수십 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했던 업체 대표도 포함돼 있다.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농사도 지을 수 없는 땅에서 식당이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지 않느냐는 하소연은 '엄벌'원칙에 묻혔다. 이들은 지금의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면 방류수 수질을 법이 정한 기준보다 더 맑게 할 수도 있는데 과거의 기준을 바꾸지 않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곳곳에 자전거도로, 수변공원 등을 지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면서 왜 원주민은 전과자를 만들고 고향에서 내모느냐는 원망도 끊이지 않는다. 단속으로 고향을 떠나거나 자식을 잃은, 6차 산업의 꿈을 발목 잡힌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장사안 해요? 여기 막국수 맛있는데 왜 안 하지” 잠깐 사이에도 나들이 온 사람들 여럿이 황씨의 식당을 기웃거렸다. 황씨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2014년 7년 계약으로 땅을 임대해서 지은 가게입니다.” 임대 기간은 아직 남아 있다.
황씨는 소매점 허가로 식당을 운영했다. 음식점 허가가 나지 않는 조안면의 많은 음식점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매년 벌금을 내야 했지만 모두가 다 그러려니 했다. 딸과 아들이 식당일을 도왔다.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 축구선수였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방황하던 아들은 성실한 청년으로 돌아와주었다.
운길산역과 가깝고 ‘물의 정원’으로 가는 길목인 터라 장사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행복한 날들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12월 광풍처럼 진행됐던 단속을 운길산막국수도 피하지 못했다. 문을 닫아야 했다. 벌금 3000만원과 이행강제금 3690만원. 적지 않은 돈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자 애썼다. 강 건너 서종면 문호리에서 열리는 리버마켓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듯했다. 아들은 아버지 가게 마당에서 핫도그와 수제 소시지를 팔았다. 도로에 나서지 않고 가게 마당에서 판매행위를 한 것도 불법이었다. 아들까지 단속을 당했다.
걱정하는 아들에게 “아빠가 책임질게”라고 위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들은 2017년 7월 30일 가족이 함께 운영하던 식당에서 세상과 이별했다. 벌금과 검찰수사가 걱정이었던 듯했다. 2장의 유서에는 세상에 대한 원망 대신 자신의 부족함과 미안함을 적어놓았다. 유서는‘아빠 화이팅, 행복하세요’로 끝을 맺었다.
아들과 결혼을 앞뒀던 여자친구가 가끔 황씨를 찾는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는 게 위로다. 가슴이 아프지만 휴일이면 꼭 가게를 지킨다. “화장실이 없으니 아무데나 볼일을 봐요. 치워야지요. 강을 오염시키니….” 영업을 할 때면 황씨는 늘 화장실을 개방해두었다. 대소변이 물을 더럽힐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식당을 열었던 할머니는 며느리가 구속된 뒤 “내가 무식해서 착한 며느리 감
옥 보냈다”며 자탄하다 여든아홉으로 일기를 마쳤다. 마을 사람들이 “100수를 넘길 것”으로 말할 만큼 건강한 할머니였다. 사람들은 결국 화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교도소의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김씨는 어머니의 구속을 막아보려고 빚을 내 서둘러 식당을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단속에 걸린 장소에서 더 이상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게 좋다는 변호사의 충고를 따른 조치였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남양주음식대전에서 은상을 받을 정도로 솜씨가 좋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운길산 등산을 왔다가 맛에 반해 13번이나 찾으면서 입소문이 났고 2015년에는 <수요 미식회>에도 소개됐다. 명성은 덕소 인근으로 가게를 옮긴 뒤에도 잦아들지 않았고 접근성이 좋아진 덕인지 매출도 늘었다. “가능하다면 돌아가고 싶어요. 거기 이모님들이 식당일이라도 해야 생계를 이을 수 있어요.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 하는 처지인데 걱정이 되죠.”
만두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동네 이모님들이 그 일을 맡았었다. 급여를 높여 월급으로 지급하겠다고해도 당장의 생활비 때문에 일당제를 고집하던 이모님들이 걱정이다. 김씨의 식당에서는 고 황승우씨의 누나도 함께 일한다. 송촌리 가게에는 하수처리장이 바로 앞에 있었지만 500인용 정화조까지 별도로 설치했었지만 이런 노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김씨는 세금은 또박또박 걷으면서 허가는 안 내주고 맑은 물을 지키려 한 노력조차 고려해주지 않는 법이 야속하다고 했다.
“웃기지 않아요. 양수리에서 하면 합법이고 조안에서 하면 불법이고. 여기나 거기나 버리는 물이 팔당호로 흘러가는데 말이죠.” 달라진 건 없다곤 하지만 사실은 큰 변화가 있다. 지금의 가게는 카페를 하던 곳이다. 새롭게 시설을 하느라 든 비용도 비용이지만 매월 1000만원이나 되는 임대료도 감당해야 한다. 땅을 마련해 내 가게를 짓고 싶었지만 최소 평당 1000만원이나 되는 양수리 땅값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두 사람의 장어집 운영은 이씨의 주말 투잡에서 시작됐다. 누구나 알 만한 보험회사에 다니던 이씨는 고향 집에 내려오면 운길산역 앞에서 어묵 등 간식거리를 팔았다. 나이 드신 부모님도 모셔야 했다. 귀향 후 장사에 전념했다. 친구 허씨도 비슷한 고민이었다. 허씨의 땅에 가게를 지었다. 이씨는 경영을 맡았다. 열심히 뛰었다. 주말이면 대절버스 5~7대가 찾아올 정도로 단골도 생겼다. 사업자등록증도 내고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음식점 허가는 안 내주니 소매점 허가로 장사를 시작한게 화근이었다. 결국 가게는 문을 닫아야 했다. 차라리 마을을 떠날까도 싶었지만 부모님이 사는 동네를 떠날수 없었다. 비슷한 매출에 1000만원이나 되는 임대료를 감당하려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온 가족이 가게에 매달리는 이유다.
대가농원은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소문난 체험 농장이지만 체험장과 쉴 공간이 부족했다. 이씨는 자신이 부모님과 함께 재배한 유기농 딸기로 개발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판매와 체험 고객들의 쉼터도 마련할 겸 체험장을 짓기로 했다.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정약용 유적지와 가까운 탓에 한옥으로 지어야 했다. 목수 한 명과 함께 60평 한옥을 완성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 언덕카페란 이름까지 지었지만 기대는 고스란히 빚으로 전환됐다. “제조·가공 인허가가 불가능해요. 소매점밖에는…. 허가가 없으니 저리 융자도 못 받고 농협 빚만 늘었습니다.”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어머니 장복순(57)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지원을 장관이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는 말로 속상함을 표현했다.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라면 가공은 물론이고 음식점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안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언덕카페는 커피조차 자동판매기로만 팔아야 한다. 유화제, 색소, 인공딸기향 등 화학첨가물이 첨가되지 않은 좋은 아이스크림을 손님에게 대접하겠다는 꿈도 아직은 가슴에 품어야 할 일이 됐다.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규제가 합리적이어야 그들도 함께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지금과 같은 규제로는 원주민조차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씨가 말하는 조안면의 현실이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콘텐츠랩
아들이 떠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
운길산 막국수 황선남씨
“저깁니다.” 아들이 장사하던 곳을 가리키는 황선남(66)씨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벽돌로 지은 가게는 아담했다. 볕이 좋은 휴일이었다. 나들이객들은 금지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단으로 가게 앞마당에 주차를 해 놓았다. 그 자리가 아들의 포장마차가 있던 자리였다. 황씨는 무단 주차를 탓하지 않았다.
운길산 막국수 황선남씨
“우리는 물 더럽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개성집 김기준씨
“오해만 풀어주세요. 우리는 파렴치범이 아니에요”. 김기준(35)씨의 어머니는 여전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장사는 제가 했어요,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았거든요” 단속을 당할 당시 김씨는 장인과 부인, 동네 ‘이모님’들과 함께 장사를 했다. 어머니는 사업자등록증의 대표였을 뿐이다. 검사는 참고인으로 어머니를 불렀지만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끝내 구속 수감했다. 6개월여 만에 출소했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과거에 받은 집행유예 건으로 다시 수감됐다.
개성집 김기준씨
내 땅 내 가게는 불법, 비싼 임대료 내면 합법
운길산장어 이충일·허정우씨
"아뇨, 저는 사업자 등록증이 집사람 명의로 돼 있었어요.” “저요? 집행유예를 받았죠, 이행강제금 3000만원을 내야 해요.” 부인이 검찰 수사를 받은 이충일(40)씨와 허정우(40)씨는 친구다. 두 집안 모두 몇 대에 걸쳐 같은 마을에서 살아온 토박이라 아버지 대부터 친구였다. 의기투합해 장어집을 함께 열었다가 2016년 12월 식품위생법, 수도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벌금을 매년 내야 했죠. 불법이라는데…. 공무원들도 사정을 아는터라 명의를 바꿔 가중처벌을 피하라고 일러주더라고요. 그래서 집사람 명의를 썼는데….” 이씨가 단속을 피한 이유였다.
운길산장어 이충일·허정우씨
대통령 인증도 받았는데…가공·판매는 못해
대가농원 장복순·이언덕 모자
딸기, 고구마, 엽채류 등을 유기농으로 키워내는 능내리 대가농원. 2011년 정부가 대한민국 대표 농장으로 인정하는 스타팜 인증을 받은 농장이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공부한 뒤 가업을 잇는 이언덕(36)씨는 2014년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까지 받았다. ‘농가가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공하고 향토 자원을 이용해 체험행사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자’라는 뜻이다. 생산부터 가공, 서비스까지 정부의 지원이 따르지만 상수도보호구역인 탓에 발목이 잡혔다. “올해 초 능내리는 환경정비구역이 됐어요. 100㎡였던 신축 면적 제한이 200㎡까지 늘어나죠.”
대가농원 장복순·이언덕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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