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앞의 식당들이 단속으로 문을 닫은 뒤 평일에는 오가는 이 조차 드문 운길산역 풍경.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은 조안면의 현실이자 희망이다.
2016년 조안면의 음식점 수는 146개였다. 검찰은 이 가운데 84개 업체의 주인을 기소하고 13명을 법정구속했다. 법을 어겼으면 처벌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법을 어긴 업주들보다 검찰과 환경부에 원성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1일 조안면사무소에서 만난 조안면 규제대책위원회 위원들은 “1993년 규제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요구사항을 꾸준하게 전달해왔다. 창고 하나 마음대로 지을수 없고 농사도 못 짓게 하는데 식당이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 그마저도 못하게 하면 우리 보고 이 땅을 떠나란 말이냐 죽으라는 말이냐”라고 반문한다.
사실 조안면 상수원 규제 피해 대책위원회의 요구사항은 상수도보호구역을 해제해달라거나 아파트나 모텔 등을 짓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 △실 거주자 주택 신축시 지목인 전을 대지로 전환 △1975년부터 거주한 원거주민이 혼인할 경우 200㎡까지 신축 허용△체험장과 교육장, 시음장 판매장 500㎡ 허용 △지역주민(현주민) 음식점 허가 허용 △음식점 용도 건축물 200㎡까지 증축 허용 △상속에 국한된 가업승계의 범위를 증여까지 허용 등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이다. 이러한 요구는 관련 법령 개정 없이도 상수원관리규칙을 조금만 완화해도 가능하다고 한다.
조안면 주민들은 1975년 상수도보호구역 이전부터 심각한 재산상 손실을 감당해왔다.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이석호 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팔당댐 건설 당시 토지 보상금액은 대지가 평당 354원, 임야는 최저 50원이었다. 1968년 자장면 값은 50원이다.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지가손실액을 평당 10만원만 반영해도 규제피해액도 1조9620억원에 이른다. 주민지원사업비를 지급하고는 있지만 규제피해액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다. 조안면의 2018년 주민지원사업비는 특별지원사업비 10억3000만원을 더해도 총액은 50억2000여 만원이다.
수십년 동안 관행적으로 벌금에 그치던 처벌 범위를 급작스럽게 엄격히 적용한 것도 문제다. 단속 이후 지역경제는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음식점이나 카페 한 곳에서 직원 2~3명을 고용한다고 가정하면 200~300개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셈이다. 인구 4300여명에 지나지 않는 조안면에서는 적지 않은 숫자다.
1976년 허가를 받아 수십년 동안 운영하며 남양주시의 명소로 꼽히던 카페 봉주르는 아예 허가를 취소당했다. 일하는 직원이 많을 때는 100여명에 달했고, 남양주시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업소로 알려졌지만 이번 단속은 피하지 못했다. 주말이면 1만여 명이 찾았던 봉주르의 폐업은 인근 상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손님이 많이 줄었죠. 봉주르 왔다가 자전거 빌려 타고 농산물도 사고 했는데 아쉽죠.” 마을기업으로 자전거대여사업도 함께하는 능내1리 홍봉식 이장의 말이다.
대대적인 단속 이후 업소들의 간판 불이 꺼진 조안면의 밤은 그야말로 암흑천지다. 조안면 사람들은 이 어둠이 빨리 걷히기를 바라고 있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콘텐츠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