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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레논 빼앗은 ‘동양마녀’ 악담은 편견

등록 2008-02-01 19:29

〈오노 요코〉
〈오노 요코〉
장정일의 책 속 이슈 /

〈오노 요코〉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솔·1만8000원

클라우스 휘브너의 〈오노 요코〉는 요코를 성공한 전위 예술가로 옳게 자리매김하는 한편, 비틀스 팬이면 한 번씩 들어봤을 요코에 대한 여러 가지 억측들을 바로잡는다. 도쿄은행 미국 지점장의 딸이었던 요코는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으나 정작 되고 싶은 것은 아널드 쇤베르크나 존 케이지와 같은 작곡가였다. 1957년 부모가 귀국하고, 요코는 스물네 살의 나이로 뉴욕에 홀로 남았다. 60년 초에 태동한 플럭서스(움직임, 흐름, Fluxus)는 예술간의 장르를 지우고 나아가 예술과 일상을 합치시키려고 했던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이다. 온갖 가치와 아이디어를 장벽 없이 받아들이려고 했던 플럭서스 이념은 서구사회의 이중 약자인 동양 여성에게도 문호를 열었다. 이때 요코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 여성 예술가가 동참했는데, 훗날 백남준과 결혼하게 될 구보다 시게코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1966년 전시회를 하기 위해 런던에 갔을 때 요코는 비틀스와 같은 팝그룹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레논이 화랑으로 놀러 왔을 때 ‘저 사람이 나를 성공시켜 줄 후광’이 되리란 걸 직감하고 집요하게 접근한다. 하므로 요코가 미술계에서 성공하기 위해 레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소문은 얼추 맞다. 그러나 요코가 비틀스 해산의 주범이라는 또 다른 악담은 영국 국보를 훔쳐간 ‘동양 마녀’에 대한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한다.

그 소문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위해 〈오노 요코〉를 잠시 접고, 같은 영국 출신 저술가 제임스 우달이 쓴 〈존 레논-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한길사, 2001)을 편다. 비틀스가 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향토색 짙은 팝 음악이다. 하지만 60년대 후반은 베트남전과 소련의 체코 침공, 68혁명 등이 가리키듯 혁명과 분노와 반항의 시대였고 음악도 따라 바뀌었다. 팝의 시대가 가고 한층 거친 록의 시대가 올 것을 비틀스는 해산이라는 방법으로 수용하고 예감했다.

새로운 활동 영역을 모색하고 방향을 전환하려던 레논에게 요코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레논은 지미 헨드릭스·제니스 조플린·짐 모리슨처럼 약물과용으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존 레논〉의 지은이는 말한다. 다행히도 요코를 만났기 때문에 레논은 비틀즈라는 협소한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인생과 음악세계를 파고들 수 있었다.


장정일의 책 속 이슈
장정일의 책 속 이슈
레논은 비틀스를 유지하면서 생기는 웅장한 주택보다는 요코와 함께 지내는 초라한 움막이 더 좋다고 말하곤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레논의 〈이매진〉은 그것의 적절한 은유며, 실제로 그 노래를 만들도록 설득하고 영감을 준 것도 요코였다. 그러니 페미니스트였던 요코 탓에 한창 창작열을 불태울 레논이 앞치마를 두른 채 전업주부로 소일하게 되었다는 비난도 신뢰할 게 못 된다. 두 사람은 라이벌처럼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사이였다. 두 사람은 결혼 직후 베트남전에 반대하기 위해 호텔 침대에서 일주일 동안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저 유명한 헤프닝을 벌였다. 그것은 예술과 일상은 물론 공과 사의 구분을 유머와 선적 깨달음으로 허물려고 했던 요코와 레논의 가장 성공한 플럭서스였다.


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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