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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개싸움·망가짐도 피하지 않는 진짜 배우”

등록 2007-05-28 21:22수정 2007-05-29 01:59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전도연씨가 28일 새벽(한국시각) 영화제 폐막식이 끝난 뒤 보도진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칸/오계옥<씨네21>기자.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전도연씨가 28일 새벽(한국시각) 영화제 폐막식이 끝난 뒤 보도진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칸/오계옥<씨네21>기자.
‘천의 얼굴’ 만인의 가슴에…
‘칸의 여왕 전도연’ 10편서 10가지색 열연
영화에 ‘접속’하고 영화와 ‘약속’하고
‘마음 속 풍금 울리고’
‘인어공주’도 되어
‘비밀의 햇볕’ 빛났다
그것은 ‘해피엔드’아닌 새로운 출발
‘영화, 너는 내 운명’

<밀양>의 주연 전도연(34)씨가 28일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한국 여배우가 주연상을 받은 건 1987년 베니스영화제 때 <씨받이>(감독 임권택)의 강수연씨 이래 20년 만이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동양인으로는 장만위(2004·중국) 이후 두번째다.

강수연씨가 당시 지극히 한국적 주제를 그려 외국 관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했다면, <밀양>과 전도연씨는 서구 세계가 충분히 공감할 주제와 연기로 평단을 사로잡았다. <밀양>은 신과 인간의 관계, 삶의 의미를 깊이 파고들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씨받이>의 수상에는 동양적인 것에 대한 서구의 호기심, 오리엔탈리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며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밀양>의 수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영화의 발전을 공인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전도연의 진화 =<밀양>에서 전씨는 캐릭터와 완전히 하나가 되는 전통적인 ‘메소드’ 연기기법에 변형을 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인물을 향한 몰입과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을 결합해 평단의 호감을 샀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창동 감독은 명백한 상징들을 써 왔는데 <밀양>에선 그것을 해체했다. 이에 걸맞게 전도연씨가 맡은 신애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도록 파편적이고 복합적이다. 몰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연기하기 힘든 인물인 셈이다. 전씨는 인물 안에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밖으로 빠져나와 관찰하기를 반복하며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인 신애를 표현했다.”(김소영 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전씨의 연기는 이창동 감독의 연출력, 딱 맞는 추임새를 넣는 송강호씨의 연기와 맞물려 빛을 내뿜었다. 이용관 교수(중앙대·영화학)도 “캐릭터에 몰두만 했다면 억센 신파가 될 수도 있었다”며 “연기가 이야기보다 앞서나가려 할 때마다 수위를 조절하는 연출과 맞물려 최상의 호흡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밀양>은 이창동 감독의 변화와 전도연씨의 진화가 맞물려 빛을 낸 작품이다.

흡수하는 얼굴 =전씨의 장기는 ‘사라지기’였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배우가 자기를 버리면서 높아지는 독특한 경우”라고 표현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의 류승완 감독은 “어느 컵에 담아도 그 모양이 되는 물 같은 배우”라고 말했다. 전씨의 첫번째 출연 영화 <접속>을 만든 장윤현 감독은 “캐릭터를 이해하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다”며 “순발력이 빼어나고 인물에 몰입하는 나름의 방식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다. <접속>을 제작한 심재명 당시 명필름 대표는 1997년 봄 화장기 없는 전씨의 얼굴에서 평범하고 내성적이면서도 강단 있는 주인공 수현을 보았다고 말했다. “너무 외모가 완벽하면 관객들은 연기가 아니라 얼굴을 보게 된다. 전도연씨가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또 시나리오를 읽고 본능적으로 캐릭터와 교감했다.” 심 대표와 장윤현 감독은 그때까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조연급으로 활동하던 그를 주연으로 밀어붙였다. 김봉석씨는 “어떻게 보면 평범한 얼굴인데, 그래서 더 다양한 역할과 내면을 잘 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열 편에서 열 가지 인물을 보여줬다.

도전과 응전 =전씨는 한국 영화 부흥기에 되레 나타났던 ‘여배우의 시련’을 극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한국 영화 산업이 성장하고 블록버스터나 다양한 장르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여배우에게는 멜로물 이외에 배역이 잘 돌아오지 않았다. 여배우들이 연기력을 검증받기 힘든 까닭이었다. 어쩌다 여배우를 톱으로 세워도 상업적으로 실패하기 일쑤였다. 연극계에서 연기력을 다진 송강호·최민식씨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갖가지 모습을 보이며 입지를 다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을 전씨는 연기력으로 돌파했다.

영화배우 전도연은 지금까지 모두 10개의 영화작품에 출연했다. 사진 왼쪽부터 작품연도순으로 ‘접속’ ’내 마음의 풍금’ ‘약속’ .
영화배우 전도연은 지금까지 모두 10개의 영화작품에 출연했다. 사진 왼쪽부터 작품연도순으로 ‘접속’ ’내 마음의 풍금’ ‘약속’ .
영화배우 전도연은 지금까지 모두 10개의 영화작품에 출연했다. 사진 왼쪽부터 작품연도순으로 ‘접속’ ’내 마음의 풍금’ ‘약속’. 아랫줄 왼쪽부터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한겨레> 자료사진
영화배우 전도연은 지금까지 모두 10개의 영화작품에 출연했다. 사진 왼쪽부터 작품연도순으로 ‘접속’ ’내 마음의 풍금’ ‘약속’. 아랫줄 왼쪽부터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한겨레> 자료사진

“전도연씨는 시나리오를 보는 훌륭한 안목을 지녔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거머쥔다. 시나리오를 잘 보는 배우는 많지만 일단 마음에 들면 현실적인 계산을 하지 않고 뛰어드는 배우는 흔하지 않다. 전도연씨가 그런 배우다.”(심재명 대표) 스스로 자신의 연기가 한 단계 뛰어올랐다고 꼽는 작품 <해피엔드>가 대표적인 예다.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바람을 피우러 가는 아내 역에다 노출 수위도 높았다. 언론에서는 그의 노출만 부각시켜 보도했고, 광고도 줄었다. 김소영 교수는 “오히려 그때 광고를 찍지 않은 게 전도연씨에겐 구원”이라며 “다른 배우들처럼 이미지에 안착하지 않고 연기로 승부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션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대역 없이 찍으며 그는 손을 일곱 바늘이나 꿰맸다. “<와호장룡>처럼 우아한 액션이 아니라 개싸움을 하는 것이었다. 나도 굉장히 무식하게 찍었는데, 전도연씨는 모든 액션을 제대로 해줬다.”(류승완) 그는 항상 멈출 듯한 지점에서 전진했다. “망가져야 하는 연기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용기로 진짜 배우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장윤현 감독)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인어공주’  ‘너는 내운명’ ‘밀양’. <한겨레> 자료사진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인어공주’ ‘너는 내운명’ ‘밀양’. <한겨레> 자료사진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인어공주’  ‘너는 내운명’ ‘밀양’. 아랫줄 왼쪽부터 ‘밀양’ ‘너는 내운명’ . <한겨레> 자료사진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인어공주’ ‘너는 내운명’ ‘밀양’. 아랫줄 왼쪽부터 ‘밀양’ ‘너는 내운명’ .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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