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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생활의 ‘판도라’ 휴대폰, 통비법 바뀌면 ‘비밀은 없다’

등록 2007-04-24 19:02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며칠 전 취재 차 통신업체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담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여러가지 사례들이 쏟아졌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게 출근 때 깜빡하고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온 경우 어찌 할 것이냐였다. 대부분 다시 집으로 가서 가져온다고 했다. 한결같이 하루종일 불안하게 보내느니 귀찮더라도 갔다 오는 게 낫다고 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 중독이 정말 심하긴 심한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얘기가 진행되면서 이내 중독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못받아서 불안한 게 아니었다. 대부분 아내나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열어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예컨데 남편이 휴대전화를 놓고 출근했는데 전화벨이나 문자메시지 수신 음이 울리는 경우, 곁에 있는 가족은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것이다. 혹시 중요한 전화나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 받은 경우, 다른 통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도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다 ‘이상한’ 게 발견되는 순간, 호기심이 불신으로 이어져 겉잡을 수 없는 사태로 흐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맞을까 우려돼, 휴대전화를 놓고 온 경우 회사까지 갔다가도 집으로 다시 가서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내나 아이들에게 들키면 안되는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거래처 고객을 접대할 일이 가끔 있다는 부장급 직원은 “거래처 손님을 모시고 가는 술집 몇 곳의 마담 이름과 연락처가 들어있고, 그들로부터 가끔 닭살돋는 표현으로 들러 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오는데, 솔직히 아내나 아이들이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원은 “부장 시절 홍보팀에 있을 때 단골 술집 마담의 장난끼 어린 문자메시지 때문에 아내와 대판 싸운 적이 있다”며 “조심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나도 업체 홍보실 등에 휴대전화를 놓고 나오는 경우 취재원 연락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비밀번호를 설정했다가 아내로부터 “무슨 비밀 있냐”고 오해를 샀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 날 여담은 휴대전화라는 게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라는 것을 공감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가족한테까지 보여주기 싫은 사생활 흔적도 들어 있을 수 있는 ‘판도라 상자’쪽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놓고 온 경우, 원격으로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나왔다.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통비법 개정안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통신망에 감청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를 달아, 정보·수사기관이 필요할 때 감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얼마 동안 통화했는지를 보여주는 통화내역 자료를 1년 이상 보관하며, 정보·수사기관이 요구하면 줘야 한다.

이 날 만난 통신업체 임직원들도 “휴대전화 감청은 느낌부터가 다르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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