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지(G)메일
“검찰 압수수색 못하는 외국메일 쓰자”
실명 확인절차 없어…지메일·핫메일 등 선호
실명 확인절차 없어…지메일·핫메일 등 선호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통해 수사 대상자들의 몇년치 이메일(전자우편)을 통째로 확보해 열람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이메일과 달리 기밀성이 보장되는 외국 이메일 서비스로 옮겨 가는 ‘사이버 망명’이 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의 비서관 김아무개씨는 최근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G)메일을 개설했다. ㅂ의원은 국회에서 제공한 이메일과 별도로 외국 이메일을 주로 쓴다. ㅅ의원도 외국 이메일을 쓰려 했지만, 비서진이 ‘외국 서비스를 쓰면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만류해 고민중이다. 야당 주변만이 아니라, 국내 업체의 이메일 내용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외국 이메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 이메일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입력할 필요도 없고, 검찰의 압수수색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네이버·네이트 등 국내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입 단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실명 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구글의 지메일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핫메일 등 외국 서비스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확인 과정이 없다. 자신이 임의로 정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된다. 또 외국 이메일 업체는 서버를 모두 외국에 두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메일 내용을 확보할 수도 없다.
국내 이메일 업체들이 수사당국의 요구에 따라 몇년치 기록과 내용을 통째로 넘겨주는 것과 달리, 외국 업체들은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이메일 내용을 보호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핫메일 이용자의 이메일 내용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미 상호사법공조절차(MLAT)를 거쳐야 하는데, 제공 사례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메일 서비스는 게시판과 달리 ‘실명제’(본인확인제) 대상이 아니지만 다음과 네이버 등 국내 업체는 주민등록번호와 실명 확인을 거친 회원에게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보듯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과 달리 인터넷 서비스는 간편하게 외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사업자간 형평을 맞춰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추진중인 실명제 등 인터넷 규제법안은 사이버 망명을 초래해 국내 포털업체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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