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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필리핀 산사태 ‘환경재앙’

등록 2006-02-19 19:33수정 2006-02-19 22:21

대규모 산사태 발생 사흘째인 19일 레이테섬의 긴사우곤 마을에서 현장에 투입된 필리핀 군인들이 희생자 주검을 발굴해 운구하고 있다. 레이테/AP 연합
대규모 산사태 발생 사흘째인 19일 레이테섬의 긴사우곤 마을에서 현장에 투입된 필리핀 군인들이 희생자 주검을 발굴해 운구하고 있다. 레이테/AP 연합
파괴적 벌목에 기상 이변 겹쳐 빚어진 참극
추가 생존자 못 찾아…희생자 3천명 될 수도
대형 참사 다발 지역…“대비 못한 정부 책임”

대규모 진흙 산사태가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 귄사우곤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째인 19일에도 계속되는 폭우와 진흙더미로 구조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사태 첫날인 17일 생존자 57명만 진흙더미에서 찾아냈을 뿐, 이틀 연속 단 한명도 생존자도 구출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자 구출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희생자 수는 애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 1800~3000명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하나의 환경재앙?=“필리핀 정부는 파괴적인 벌목과 기상이변이라는 복합적 위협에 더 심각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동남아시아 선전국장인 본 에르난데스는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과거에 이 지역에서 비슷한 비극이 자주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희생자가 커진 것은 필리핀 정부의 책임이라고 지적도 빼지 않았다.

이번 산사태가 발생한 레이테 남부는 1991년에도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인해 5000~6000여명이 숨졌다. 이 대형 참사 이후 15년간 비슷한 대형 자연재해가 네번이나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레이테 남부가 △산사태에 취약한 대규모 단층지역인데다 △주요 태풍의 통과지점 △종종 집중호우를 일으키는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 다발지역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질학적으로 사람이 살기 부적당한 재해다발지역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2003년 레이테 남부를 산사태 발생 빈발 지역으로 지정하는 데 그쳤다. 대규모 산림녹화나 초등 경보시스템 구축 등 제대로 된 사전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 <마닐라 블레틴>이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을 따 보도했다.

이번 산사태 발생지역은 열대우림의 무차별적 남벌과 개발로 작은 충격에도 쉽게 산사태에 노출될 소지를 지니고 있었다. 1일부터 리니냐 현상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2주동안 계속돼 지반이 매우 물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도 2.6의 가벼운 지진은 해발 800m의 산악지대를 일순간에 진흙더미로 만들어 귄사우곤 마을을 송두리째 삼켜버렸다.


필리핀 환경·천연자원부도 “레이테 남부의 자연녹지는 1920년대 이후 뿌리가 얇은 코코넛 농장으로 대규모 개간되면서 많이 사라졌다”고 남벌을 인정했다.

힘겨운 구조활동=현재 현장은 최고 10m의 흙더미 속에 덮여있다. 생존자들과 실종자의 가족들은 40헥타르의 흙더미 속에 집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존자들을 찾다가 구조대원 스스로가 희생될 수도 있어, 구조당국은 신중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추가 산사태도 우려돼 당국은 사고현장의 주변 11개 마을 주민들을 긴급 대비시키고, 사고현장 주변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적십자사는 지난 17일 6개월 동안 생존자들이 사용할 조리기구와 모기장, 임시숙소용품, 정수약품 등을 구입해 제공키로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주요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일어난 이번 산사태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명하고 생존자들을 위한 “관대하고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중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타이 등 각국 정부도 애도와 함께 현금지원을 약속했다. 미국도 군함 2척과 헬기 17대, 해병대원 1천명을 사고현장에 파견하는 한편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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