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연평도 사태 적절한 대응 실패
4대강 강행등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고집
인사·통합실패로 ‘공정사회’ 허약함 드러내
4대강 강행등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고집
인사·통합실패로 ‘공정사회’ 허약함 드러내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성장률 6.1% 달성, 수출 세계 7위 기록,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청년실업률 감소를 2010년의 성과로 꼽았다. 반성할 점으로는 “국방과 안보에 대해 국민 불안과 실망을 가져온 점”을 들었다. 하지만 반성할 대목이 ‘안보실패’만은 아닌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임기 한가운데인 올해 ‘성과’에 집착해 일방독주형 국정운영 방식을 버리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인사실패’와 ‘통합실패’를 초래했다. ‘공정한 사회’도 빛이 바랬다.
우선 민간인 불법사찰과 대포폰 사건으로 드러난 비선권력의 국정농단 문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폭로와 의혹이 잇따르면서 이 사건의 배후로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지목됐지만, 청와대는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과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의 자진사퇴를 끝으로 이 문제가 청와대 담장 안으로 넘어오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증거인멸에 사용된 대포폰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빌려준 행정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나 별도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60% 안팎에 이르는 ‘재수사’ 여론에도 청와대는 귀를 닫고 있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면서 “나 자신부터 돌아보겠다”고 한 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청와대 안에서조차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그냥 두면서 무슨 공정사회냐”는 자조가 나온다.
8·8 개각 직후의 김태호·신재민·이재훈 후보자 낙마 사태는 ‘공정사회’의 허약한 기초를 드러냈다. 이들의 흠결들은 청와대가 자체 검증과정에서 대부분 파악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이 국정 핵심 기조로 ‘공정사회’를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제 인물을 중용하려 한 점은 공정사회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포항, 동지상고 후배인 김상기 대장을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하는 등 3군의 참모총장을 모두 영남인사로 채워 지역편중 논란을 빚었다. 이를 두고도 이 대통령은 “가장 공정한 인사”라고 강변해,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했다.
안보·국방 분야에서는 이 대통령 스스로 “반성할 점이 있다”고 했을 정도로 정부는 무능을 드러냈다. 정부는 3월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나자 안보무능 비판을 씻으려 대북 강경몰이에 나섰다가 6·2 지방선거 참패라는 역풍을 맞았다. 이후 안보강화, 국방개혁을 호언했지만 11월 연평도 피격을 막지 못했고, 거듭 부실한 대응능력을 보여줬다.
정책 사안에서도 일방적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와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까지 만들어놓고도 사회통합은 더욱 멀어졌다. 4대강의 경우 이 대통령은 국민적 반대 여론과 각계의 비판에도 ‘임기 내 완공’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도 예산과 친수구역법은 국회에서 한나라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됐다. 이 대통령은 27일 “4대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완성된 모습을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 이 대통령의 일방적 속도전 방식을 문제삼는데, 이 대통령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다.
지난 6월 국회 부결로 마무리된 세종시 수정 논란도,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꺼내든 뒤 10개월간 나라를 소용돌이에 빠뜨려 국민적 갈등을 심화시킨 사례다. 지난 8일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이 빠져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깊어진 것도, ‘기한 내 예산안 처리’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이 대통령의 목표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끝>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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