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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환경호르몬 논란 가열, 플라스틱 그릇 써? 말어?

등록 2006-09-29 08:56수정 2006-09-29 09:28

환경호르몬 공방일지
환경호르몬 공방일지
방송 보도에 업체 공방…소비자 불안 커져
정부가 객관적 실험으로 유해성 판단해야
‘SBS 스페셜’이 플라스틱류에서 유출되는 환경호르몬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방송(10·17일)을 내보낸 뒤 플라스틱 그릇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SBS 스페셜’은 17일 방영된 2편에서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아 얼린 밥을 전자레인지에 몇분간 데운 뒤 밥을 꺼내 시험을 한 결과 환경호르몬 물질의 하나인 DEHP(디이에이치피·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이 검출됐다고 방송했다. 또 PET(피이티·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소재의 플라스틱 병에 담긴 올리브유에서도 똑같은 환경호르몬 물질이 다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디이에이치피는 플라스틱 제품을 유연하게 하기 위한 가소제로, 사람에게 생식기능 장애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를 만든 유진규 피디는 “밥을 담아둔 밀폐용기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피피 용기였는데 이번에 디이에이치피가 다량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유 피디는 “용기 제조과정에서 다른 물질이 들어갔거나, 용기 속의 밥 또는 밥이 되기 전의 쌀이 환경호르몬에 오염됐을 가능성 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디이에이치피 검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프로는 플라스틱류의 유해성을 환기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험 자체가 부분적으로 이뤄져 객관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험을 맡은 이병무 성균관대 약대 교수(독성학)도 “가열한 밀폐용기에 대해 용출시험을 하지 않고 밥만 꺼내 시험을 했다”며 “용기의 유무해성 여부는 용기를 가열해서 용출시험을 해야 하는데 이번 실험으로는 용기의 유무해성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재호 대구 가톨릭대 의대 교수(약리학)도 “제한된 시험으로 마치 플라스틱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것처럼 방송한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환경호르몬 검출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밀폐용기업체 코멕스산업의 광고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은 전량 안전한 피피 원료로 만들고 있지만, 타사 제품은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을 유발할 수 있는 피시 용기라고 광고에서 주장했다. 코멕스산업의 주장대로 방송에서 밥이 담겨 있던 피피는 탄소와 수소로만 결합돼 안전성이 검증된 원료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도 ‘미래의 자원’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다만 재질이 반투명해 투명한 피시 용기에 견줘 미관이 떨어진다. 반면 피피와 함께 식품용기로 많이 사용되는 피시는 열을 가하면 인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는 비스페놀A라는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논란에 둘러싸여 있다.

이에 대해 밀폐용기 락앤락을 만드는 하나코비 쪽은 “피시는 미국 식품의약국, 유럽 식품안전청, 일본 후생성 등의 엄격한 시험과 검사 결과 젖병, 식품용기 등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검증된 안전한 원료”라며 코멕스 쪽의 주장을 반박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업체들은 피시 용기 속의 비스페놀A가 일부 검출되긴 했지만 그 양이 인체에 유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의 지원을 받지 않은 독립적인 연구에서는 90% 이상 위험성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환경호르몬 논란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은숙 소시모 기획처장은 “용기에서 나왔건 음식에서 나왔건간에 용기에 담겨 있던 밥과 올리브유에서 환경호르몬 물질이 나온 만큼 소비자에게 해가 된다”며 “정부가 나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자들도 플라스틱류의 환경호르몬 검출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려면 정부가 다양한 환경에서 용기의 용출시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재호 교수는 “식약청의 용출시험 기준이나 외국의 연구사례들이 우리와는 음식문화가 다른 선진국을 기준으로 이뤄진 게 대부분”이라며 “평소 생활습관 그대로 다양한 음식과 플라스틱 용기를 대상으로 용출시험을 해봐야 해당 제품이 유해한지 안전한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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