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아이 건강하게 /
명순(가명)씨는 여름 들어 유난히 고무장갑과 일회용 장갑을 많이 쓰고 있다. 김치를 썰 때나 콩나물을 무칠 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도 …. 위생은 물론이고 손에 남는 김치, 마늘 냄새가 싫어서 쓸 때가 더 많다. 최근 들어서는 주부습진 때문에도 꼭 사용한다.
물론 가끔 보는 공익광고에서 폐비닐의 수명이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길다는 내용을 보면 미안한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하지만, 요리프로그램에 나오는 유명한 요리사는 물론 드라마에 나오는 주부도 조리할 때 일회용 장갑을 쓰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음식청결을 위해 꼭 필요한 습관이라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이렇게 많은 주부들이 기업이나 은행에서 주는 사은품으로 쓰기 시작한 일회용 장갑을 이제는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회용 장갑이나 주방용 장갑을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는 주방용으로 쓰이는 염화비닐(PVC) 소재의 국내 고무장갑과 일본과 대만에서 수입한 수입 고무장갑에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염화비닐 장갑은 천연고무보다 착용감이 좋고, 색도 예뻐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9개 회사 제품의 고무장갑을 분석한 결과 국내 한 회사의 신소재 주방용 고무장갑과 일본 수입제품인 ㅇ사 고무장갑에서 다량의 내분비 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이번에 검출된 물질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디에탈헥실프탈레이트(DEHP·일명 DOP)와 최근 새로운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로 떠오른 디에틸헥실아디페이트(DEHA)이다. 디이에이치피는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 무색무취의 불용성 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생식기능 장애와 성장 또는 기형을 발생할 수 있으며, 미국 환경보호청 등에서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가끔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유해화학물질을 걸러내는 번거로움에 지치기도 한다. 이럴 땐 한발 물러서 생각해보자. 옛날 어머니들은 음식을 만들 때도 손맛을 최고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과거의 지혜를 실천한다면 가족의 건강과 더불어 지구환경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환경정의 다음지킴이 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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