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영광 5·6호기 연말까지 중단
핵심설비 보조하는 부품
5개원전에 5233개 사용돼
정부·한수원 “사고위험 없다”
핵심설비 보조하는 부품
5개원전에 5233개 사용돼
정부·한수원 “사고위험 없다”
최근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정전사고 은폐와 부품 납품 비리, 잦은 고장 등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터에,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미검증 부품이 10년 동안 대량으로 원전에 공급된 사실까지 드러나 원전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해당 부품의 교체를 위해 각각 100만㎾ 규모의 전남 영광원전 5·6호기는 연말까지 가동이 정지된다.
지식경제부는 “원전 부품 납품업체 8개사가 제출한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 60건이 위조된 것을 외부 제보로 확인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품질관리 시스템 전반을 종합적으로 개선하겠다”고 5일 밝혔다. 제대로 검증을 받지 않은 채 원전에 납품된 제품은 지난 10년(2003~2012년) 동안 237개 품목 7682개 제품(8억2000만원 규모)으로 실제 영광원전 3~6호기와 울진원전 3호기, 5기에 사용됐다. 5개 원전에 실제 사용된 부품은 136개 품목, 5233개 제품이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문제가 된 제품은 원전의 격납용기 내부의 핵심 안전설비에는 사용되지 않는 품목이어서 원전사고의 위험은 없다”며 “문제 부품이 90% 이상 광범위하게 사용된 영광 5·6호기의 전반적인 안전점검과 부품 교체를 위해 가동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방사능 유출과는 상관없지만 국민들에게 불안을 줄 소지가 있어 전력 공급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수원과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이 자체적으로 품질검증서 위조를 파악하지 못하고, 외부 제보로 이번 일이 드러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번 사건은 8개 업체 가운데 한 업체가 “경쟁사들이 품질검증서를 빠른 시간에 받는 것이 의심이 된다”고 한수원에 제보하며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균섭 사장은 “지난 9월21일 외부 제보를 받고 한수원이 자체 조사를 벌여 11월1일 60개의 검증서가 위조된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부품은 퓨즈, 온도 스위치, 다이오드, 냉각팬 등 일반 산업기계에도 쓰이는 품목들로 원전의 핵심 설비를 보조하는 소모품들이다. 모두 미국·유럽에서 수입하는 부품들로 국외 품질검증기관에서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친 뒤 입찰 등을 통해 납품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곳들은 수입 대행 업체들로 품목당 300만원이 소요되는 검증 비용과 국외 체류 비용, 검증 시간 등을 아끼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것 같다”며 “부품이 납품되면 수량·외관 검사와 서류 검사는 하지만 업체들이 위조한 서류를 제출한 것까지 파악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해명했다.
수백만개의 부품이 연결되고, 부품 하나의 문제로 정지될 수 있는 원전의 특성상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핵분열은 격납용기 안의 원자로에서 일어나지만 전원공급, 온도 조절 등 운전과 관련된 모든 제어는 격납용기 밖의 ‘2차계통’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고장을 넘어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 76개 시민사회·종교단체 등으로 이뤄진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 “이번에 위조된 품질검증서를 바탕으로 사용된 부품들은 대부분 전원공급, 냉각기기 가동 등 운전과 관련된 제어계통에 사용된 부품”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경제학)는 “원전의 수백만개 부품은 서로 연관된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원자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2차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문제의 부품이 집중된 영광 5호기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잦은 고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자력 안전운영 정보시스템’을 보면 2003년부터 올해까지 영광 5호기(2002년 가동)는 노후된 고리 1호기(11건), 영광 1호기(7건)보다 많은 14건의 고장 정지가 발생했다. 영광 5호기는 지난달 2일 발전소 제어계통 통신 카드 문제로 발전을 중단했다가 13일 발전을 재개했지만 이틀 만에 변압기 문제로 출력을 낮춘 채 가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 안전과 관련된 주요 기기는 3~4중으로 구성된 ‘다중화 시스템’이 있어 미검증품이 고장나더라도 다른 기기가 작동해 원자로를 보호하고 있다”며 “지난 11년 동안 원전이 정지된 건수는 95건, 부품 관련 고장정지는 75건인데 이번 부품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영광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충격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은 원전 안전성 검사에 주민 참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영광 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는 이날 각계 주민대표 17명이 참여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6기 모두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무기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응섭 영광원전 환경안전감시센터 소장은 “또다른 부품에도 불량이 없는지를 조사하는 데 주민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원안위는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위해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광주/안관옥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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