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윙~윙~” 자전거의 바퀴소리가 한치의 멈춤도 없이 소리를 내며 달린다.
나는 1990년대에 세상에 나온 18살 힘없는 작은 소녀. 작은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달린다. 고등학생이란 신분 때문에 해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불안해지고 하루하루만 생각하는 나약한 나를 위해서 나는 이렇게 주말엔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다. 매일 밤 가족들 중에서 제일 늦게 잠을 청하고 또 매일 아침 제일 일찍 일어나 학교로 가는 지겹고 지친 일상 속에서 주말은 나에게 건강을 복돋아 주는 자양제나 다름없다. 특히나 자전거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열쇠를 들고 집을 나서 힘껏 페달을 밟는다. 갈수록 속도를 붙여가는 자전거의 움직임을 온몸으로 느끼며 희열을 맛보는 나. 주위 분들은, 특히나 부모님은 이런 나를 두고 항상 나무라신다. 수학문제를 풀어도 모자랄 시간에,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모자랄 시간에, 이 어리석은 딸아이는 두 시간씩이나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버리니 걱정이 어련하실까.
이 땅의 수많은 학생들은 분명 오늘도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인데, 어찌 자전거를 타고 체육공원을 도는 나의 눈에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 혹 내가 잘못 와버린 것은 아닐까? 겨울방학 때부터 쭉 관심있게 찾아보았지만 지금까지 공원 안에서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내 또래를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바보는 남들이 모두 공부하고 있는, 가뜩이나 황금 같은 공부시간을 보기 좋게 양보해 버린 꼴이 되는 걸까? 나는 정말 어리석고 멍청한 인간일 수밖에 없을까? 다른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여태껏 나는 항상 나만의 행복한 자유를 찾기 위해 뛰어다녔다. 모두들 손해볼 것이라 확신·장담하며 손가락질하는 이 자전거타기도 힘겹게 찾은 나만의 소중한 공부 거리다.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 탓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변비 고통을 힘겹게 얘기하는 친구들, 어떠한 휴식시간도 취미활동도 없이 그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글자들을 향하여 눈을 부릅뜨는 친구들, 우린 과연 제대로 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걸까?
맹세코 추천하건대 자전거타기는 지친 생활의 활력을 되찾아줄 것이다. 자기연민이나 불안감의 고통이 더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하게 가중되어 있다면 친구들아, 가끔 시원한 강바람과 풀냄새, 나무냄새를 맡으며 자전거를 타보지 않을래?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구차한 핑계 따윈 우리의 마음과 몸을 아름답게 살찌우지 못하는 것 같아. 가끔 한번씩은 우리 모두 시간의 개념 따윈 잊어버리지 않을래?
박효영/경남 밀양시 삼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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