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자유로운 삶이란 몸과 마음이 외부 조건에 구속되지 않고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면 걸리는 것들이 너무 많다. 외부 환경, 즉 유행이나 최첨단의 물질문명 속에서 우리는 늘 허덕이며 살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환경에 주객이 뒤바뀌어 삶의 질과 인간 중심의 생활은 뒷전인 채 겉치레만 좇으며 사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젊은 시절에는 남들보다 앞선 유행을 따라가며, 그렇게 사는 것이 멋진 인생인 양 외적인 것들을 중시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이런 소비문화에 젖어 사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졌다. 우리집 가전제품들은 대부분 지금 사는 집에 처음 이사오면서 사들인 것들이라 13~14년은 족히 넘은 것들이다. 요즘 흔한 두 짝짜리 냉장고 대신 구형 냉장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세탁기도 건조기능까지 갖춘 최신형 대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예전 것을 쓰고 있다. 가전제품만이 아니다. 내가 몰고 다니는 소형 자동차와, 집안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가구들도 꽤 오랜 세월을 우리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집에 있는 물건들은 대체로 유행에서 한 시기씩 뒤처진 물건들이 많고, 최신의 첨단 상품들, 이를테면 디브이디나 에어컨, 정수기, 공기청정기, 홈시어터 같은 것들은 없다. 살아가는 데 굳이 필요치 않아 구입하지 않고 있다.
가만 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소비유혹으로 넘쳐나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라는 것이 계속되는 생산과 소비로 굴러가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여기에 발맞춰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숨가쁘다. 어쩌면 우리는 점점 커져가는 아파트 평수와 화려한 인테리어 앞에 오히려 왜소한 존재로 짓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번뿐인 인생, 굳이 외적인 소비욕구에 허덕이며 살아야 할까? ‘공수래공수거’란 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남보다 덜 쓰고 늦게 따라가는 것이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외부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한숨 돌리며 한 발 늦게 사는 것일 뿐.
이제는 앞만 볼 것이 아니라 옆과 주변에도 관심을 돌리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 새로 나온 화려한 물건들이 현란한 몸짓으로 마음을 흔들어 놓지만, 과감히 눈을 돌려 삶의 주인으로서 나를 찾으며 살고 싶다.
물질적 풍요와 자유로움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살 것인가? 이제는 나와 때묻은 삶의 흔적을 오래도록 함께 나눌 수 있는 물건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이현희/전남 순천시 용당동
이현희/전남 순천시 용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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