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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어느덧 일상이 된 촛불켜기 예쁘니까, 마음 편해지니까

등록 2007-04-10 19:12

나의 자유 이야기 (서현옥/충남 서천)
나의 자유 이야기 (서현옥/충남 서천)
나의 자유 이야기 /

“어머, 너는 초도 켜놓니? 참 로맨틱하다.”

집에 놀러 온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일반적으로 집에서 초를 켜는 건 정전이나 특별 이벤트가 있는 날 정도다. 그러나 나에게 초를 켠다는 것은 로맨틱한 행동이 아니다. 어느덧 일상이 됐다.

사실 처음 초를 켜기 시작한 것은 집안의 잡냄새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허브 초는 심신회복에 도움이 된다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텔레비전도 라디오도 꺼진 밤. 초가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장화를 신고 흙탕물 속에서 첨벙첨벙 뛰는 어린 시절의 모습이 떠오른다. 천천히 녹아들어가는 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머릿속에 잡념이 없어지고 명상을 하는 듯하다. 멍하게 촛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공기의 흐름에 이리저리 춤을 추는 불꽃을 보며 그 자체를 즐긴다.

어린 시절부터 어둠에 익숙했다.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불 꺼진 컴컴한 방문을 통해 스며들어오는 달빛에 사물을 찾아 더듬거리는 것이 좋았다. 지금까지 내가 촛불 켜기를 좋아하는 것은 이런 옛 추억들이 기억 속에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남편은 촛불을 보고 있으면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를 생각하게 된단다. 그래서일까? 초에는 많은 수식어들과 의미부여가 따른다. 이른바 ‘촛불 미학’이라고 할까. 초는 빛으로 산화하며 스스로 정화하고 희생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안으로는 스스로를 태우며 절망을 향해 사위어 가지만 밖으로는 홀로 어둠과 맞붙어 싸우는, 진실을 향한 열정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래선지 최근에는 평화 집회의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 느림을 즐기고 싶다면 이런 수식어는 빼주는 것이 좋다. 그저 초가 타들어 가는 모습이 예뻐서 바라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순수하게 느림의 시간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것이 바로 일상에서의 자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밤부터 침대 곁에 스탠드 대신 초를 켜두는 건 어떨까?


서현옥/충남 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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