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나는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 휴대전화, 자동차가 없는 ‘3무 인간’이다. ‘빨리빨리’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느리게’ 살고 있으니 때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나는 틈만 나면 배낭을 둘러메고 등산을 한다. 산에 오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기가 솟구치고 삶의 의욕이 생긴다. 허둥지둥 바쁜 일상에서 결연히 벗어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일상에 지친 마음을 그렇게 늘 산에서 추스르곤 한다. 연둣빛 새순에서 흘러나오는 촉촉한 봄 향기를 들이마시면 마음 한켠에 갇혀 있던 답답함도 어느새 사라진다. 푸른 창공을 두둥실 떠다니는 조각 구름처럼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떠도는 게 우리 모두의 꿈이 아니던가.
심신수련을 통한 여유로움을 얻기 위해서 등산을 하는 것일진대, 산악 마라톤에 출전한 사람들처럼 다들 헐레벌떡 정신없이 올라가기 바쁘다. 나는 느릿느릿 내 보폭과 내 속도로 방랑가객처럼 유유자적하며 행선하듯 걷는다. 아름다운 풍광도 감상하고 혼자만의 상념에도 잠기며 여유를 즐긴다. 낙엽송이 시원스럽게 곧추 뻗은 길을 한가롭게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발견한다. 몸과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한적한 곳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명상의 시간을 가질 땐 오욕칠정에 물든 내 자신이 허공처럼 비워진다. 문명의 속도전에 지쳐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우리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하루하루의 연속에서 잠시 마음을 비우고 잠깐이나마 느리게 사는 의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잠시나마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면 마음의 평온과 무한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늦추어서 걸으면 이렇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을….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무소유에서 오는 이 행복감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휴대전화가 없어서 불편할 때도 간혹 있지만 반대급부인 ‘자유’가 있어 좋다.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밀리는 출퇴근 땐 자동차 생각이 간절하지만,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하루를 반성하며 재충전하는 이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다.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괴짜 같은 멋진 삶을 사시네요.” “끝까지 3무 인간을 유지하세요.” 이렇게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내가 걷는 이 길이 결코 외롭지만은 않다. 영원한 꿈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3무 인간은 오늘도 ‘영원한 자유인’을 꿈꾼다.
한석순/경기도 의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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