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너희가 음미하는 기쁨을 알아? 밥 먹는 시간 꼴찌라도 좋아라

등록 2007-03-27 18:49

나의 자유 이야기 /

오늘도 꼴찌다. 다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신다.

“또 꼴찌야?”

사실 커피를 마시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내 보통 식사 시간은 30분에서 40분 사이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땐 몰랐는데 밖에서 식사를 할 때 내 식사 시간을 두고 놀리는 친구들 틈에서야 내가 느리게 먹는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은 보통 10분 안에 밥한 그릇 뚝딱 비우니 내가 그들보다 두세배는 느린 셈이다. 한 친구는 그런 내 식습관을 두고 말한다.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그렇게 천천히 밥을 먹으면 다른 거 할 시간이 있어?”

빠른 세상이라 식사시간까지 서둘러야 뒤쳐지지 않는 걸까? 내가 그들과 다른 또 한 가지가 그들을 또 놀라게 하는데 그것은 바로 아침밥이다. 요즘 웰빙 시대에 아침밥 좋다는 소문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많은 반찬에 밥, 게다가 찌개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밥상으로 아침을 챙겨 먹었던지라 아침을 먹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지각이다 시간이 없다 하는 이유들로 아침을 챙겨 먹지 않거나 빵 하나, 우유 한 컵, 뭐 이렇게 간단히 해결한단다. 또 친구가 내게 물었다. 아침 먹을 여유는 어디 있냐고. 그러면서 농담 삼아 바쁜 아침에도 그렇게 느리게 먹느냐고. 내 대답은 ‘그렇다’다. 빨리 먹느니 안 먹고 말겠다는 게 내 자존심보다 강한 지론이다. 하나씩 정성껏 조물거린 반찬들이 나오고 보글보글대는 된장찌개에 흰 밥까지 차려지면 각기 다른 반찬을 집어 흰 밥과 음미하는데 그 때 내 기분은 한 마디로 행복하다. 그런데 빨리 먹다보면 보면 이런 기분은 느낄 수 없어 오히려 스트레스다.

숙성된 싱그러운 와인을 한 번에 마신다면 몇 년간 숙성된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우리의 식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많은 반찬이 특징인 한식을 가득 차려놓고 좋은 이들과 함께 나누며 즐긴다는 것, 결코 빠르게 먹을 땐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비행기도 빠르고 사람들의 입도 빨라졌다. 입은 음식만을 섭취하겠다는 고리타분한 목적 아래 쉴 새 없다. 느리게 먹는다는 것, 그것이 식사의 진정한 목적을 위한 시작이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느끼고 식사 시간만큼은 여유를 즐겼으면 한다. 바쁜 현대인을 위로할 유일한 시간이기도 할 겸.


이유리/ 대학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