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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구와 가족이 건강해진다면 자동차 없는 불편쯤이야

등록 2007-06-25 21:05

나의 자유 이야기 /

우리 집은 자동차가 없다. 자동차 보유 1000만을 훌쩍 넘긴 시대에 무슨 거꾸로 가는 말인가 하겠지만, 이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듯싶다. 혹 돈이 없어서? 물론 돈이 많진 않지만, 한 번에 현금을 다 주어야만 자동차를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지낸다. 다만, 이상기온과 생태계 변화, 해수면 상승 등 아프다는 신호를 자꾸자꾸 보내는 이 지구에 덜 미안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매일 쌓여 가는 쓰레기봉투와 음식물 쓰레기에 우리 가족 쓰레기를 얹으며 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혹, 미래에 우리 아이는 매립지 아닌 곳이 없어 쓰레기 산 위에 집을 짓고 살아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어두운 상상까지 겹친다. 이러하니, 매연을 뿜으며 거리로, 강산으로 돌아다닐 배짱은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물론, 눈물나게 자동차가 아쉬운 적도 있었다. 임신하고 장을 보다 짐이 많아 낑낑댔을 때, 아이가 2~3살 무렵, 엄동설한이나 폭염에 시댁을 오가며 15분 언덕길을 오르고 내려 전철로 1시간씩 다닐 때, 최근 시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 이용이 잦으신데 우리 차로 척척 못 모시고 몸만 따라다닐 때엔 ‘당장 내일이라도 차를 사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던가? 꼭 필요한 순간에는 고맙게도 차가 있는 다른 가족들이 자주 태워 주시고, 정 급할 땐 시민의 발 택시가 언제나 우리를 반기기에 큰 불편은 없이 산다. 게다가, 다들 덜컥 긴장하는 기름값 인상, 자동차 보험료 인상 소식에도 가슴 졸일 필요가 없다. 교통사고 염려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음주 운전, 주차 시비 같은 말에는 신경 쓸 일이 없으니 늘 마음이 편하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좋은 것을 이야기해 본다면, 올해 다섯 살 된 우리 아들에 관한 것일 것이다. 이 녀석은 또래 사촌이나, 이웃 아이들과 달리 큰 공원이나 긴 산책로를 걸을 때 징징대며 업어달라고 조르는 일이 없다. 도리어 저 혼자 냉큼 내달려서 엄마, 아빠 땀을 빼는 일이 부지기수다. 커다란 아이들을 업고 다니는 엄마들의 부러움 아닌 부러움을 사는 대목이다. 저도 어린 것이 몇 킬로미터 길을 걸으면 다리도 아프고 할 텐데 어찌 그런가 생각해 보면, 아기 때부터 항상 걷고, 전철역 계단을 뛰어 오르내리며 체력 단련(?)을 한 까닭이구나 싶어 한편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이 난다.

자동차가 편리한 도구를 넘어 승용자의 신분을 드러내는 사치품 행세까지 하는 세상이지만,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우리 가족은 자동차로 빠르게 내달리기보다는 튼튼한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삶을 살아갈 것 같다.


명정아/서울 노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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