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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아한 풍경소리 잎새 바람소리 산이 채워주는 한주일의 양분

등록 2007-06-04 20:56

나의 자유 이야기/

일주일 내내 부닥친 피로는 주말이면 제법 쌓인다. 아빠고 남편이니 주말 중 하루는 가족들과 보내지만, 남은 하루는 산으로 든다. 첫발을 내디딘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다.

카메라와 지도도 꼭 챙긴다. 야생화와 동식물들, 기이한 나무들과 바위까지 자연이 연출한 다양한 영상들을 담으며 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길섶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들만의 축제를 즐기는 이들을 만나려면 느리게 걸어야 가능하다. 걷다가 계곡이 보이면 내려간다. 옆 사람의 말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계곡은 우렁찬 함성을 토해내고 있다. 적막강산이라고 표현하는 산이지만 실은 이렇듯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 콘크리트 회색도시가 주는 소음이 아니다. 청아한 풍경소리요 잎새를 스치는 바람의 선율이며 살아 움직이는 건강한 율동이다.

길 옆으로 삐져나온 전망바위에 서면 올라온 길과 올라갈 길이 보인다. 마치 일상의 터널 같다. 발아래 펼쳐진 신록 위로 뛰어내리면 금방이라도 너울너울 유영하는 새가 될 것 같다. 소유와 집착의 허무함이 범부의 눈에도 보인다.

내려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수고한다는 말도 전한다. 간식들도 함께 나누어 먹는다. 혼자가 아닌 나누는 일상이 산에서도 이어진다. 흐르는 땀을 훔치며 올라선 정상은 일망무제. 막히고 걸릴 것이 없다. 지쳤던 몸에 의아하리만큼 힘이 솟구친다. 체험하지 않고선 느낄 수 없는 자유다. 한걸음 한걸음 자신과 싸우며 번잡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린 정신은 이제야 거침없이 소통한다. 높아서 거만해지는 게 아니라 한 박자 느리게, 한 움큼 더 버림으로써 청아하게 채워지는 충만을 산은 일러준다.

오르면 내려가야 하는 게 이치다. 그게 산이고 삶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서는 내림길에서 서두르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터득한다. 내림길은 완보의 법칙이 더 철저해야 한다. 관절의 손상을 경계해야 하고 산정에서의 소통과 자유의 의미를 올곧게 새기는 시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왔던 곳으로 무사히 돌아와 산행기록을 남기고 사진들을 정리한다.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아직도 신록을 누빈다. 이 열정과 정신적 자유는 또 일주일을 지탱하는 양분이다. 나를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내 직장과 이웃들을 아우르는 삶의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나는 또 소통과 자유를 찾아 산으로 들어간다.

이용호/경남 사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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