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오늘도 점심 도시락을 들고 산길을 걸어서 학교에 간다. 산속으로 들어선 순간 나를 반기는 건 자연이다. 이른 봄엔 쑥이 쑥쑥 자라고, 각종 산나물, 야생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푸르름을 더해가는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산벚나무. 꽃을 번갈아 피워대는 진달래, 벚꽃, 찔레꽃, 산딸기, 때죽나무. 검게 익어가는 버찌,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 우후죽순이라던가? 비온 뒤에 여기저기 솟아나는 죽순. 크고 작은 새들은 한껏 존재를 알리고… 오늘 아침엔 꿩도 꿩꿩 소리를 낸다.
나는 ‘안녕’을 연방 외치며 아침인사를 한다. 저기 무덤가에 소나무, 이쪽 길가에 선 오리나무, 농익은 열매를 떨구는 산딸나무에게도. 새들은 상쾌한 아침에 청아한 소리로 나를 반긴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세상사나 직장 일에 시달리다가도 산길을 걸어 출퇴근하다 보면, 이내 좋은 기분이 된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니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셈이고, 하루에 한 시간씩 산행을 하니 따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고, 늘 자연과 접하다 보니 생태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도시에 살면서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된 건 1년이 좀 넘는다. 지난해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학교이동을 할 때, 내가 사는 동네와 산(한새봉)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신설 중학교가 생겨,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희망했는데 이렇게 호사를 누릴 줄이야. 10여 년 전부터 환경운동 활동을 해오던 나는 발령을 받자마자 산길을 걸어 출퇴근하는 걸 시도하게 되었고, ‘자가용’으로 동네 신발가게에서 경등산화 한 켤레를 장만했다. 개학하기 전부터 산길을 넘어 새 학교에 가보고, 출근길로 적합한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다. 길은 여러 갈래가 있었다. 40분 거리, 30분 거리, 짧게는 20분 거리도 있다. 그 가운데는 비나 눈이 와도 다닐 만한 길도 있다. 내가 찾아낸 길들이다.
도시에 사는 직장인들은 길을 찾아보면 가능한데도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쁜 일상이겠지만 하루에 몇십분이라도 여유를 찾아보자. 인생이 무엇인지도 고민해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질 높은 삶인지 생각해보자. 내 나이 벌써 오십 줄, 주위에는 하나 둘 스러져가는 친구들이 있다. 앞만 보고 바삐 달리다 죽음을 준비하기도 전에 저세상으로 가게 된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애써 가져보자. 걸어 다닐 수 있는 출퇴근길도 찾아보고, 주말이면 텃밭이라도 가꿔보자. 풀 한 포기에 감탄하고, 나무 한 그루와 대화하자. 새소리에 귀 기울이고, 작은 야생화도 살펴보자. 곳곳에 생명의 존엄함이 존재하지 않는가?
김종근/광주 지산중 교사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