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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늘도 걸어볼까, 건강한 삶 속으로

등록 2007-09-03 18:35

나의 자유 이야기 /

비 갠 오후다. 모처럼 날이 선선하다. 철둑길을 따라 아파트를 거쳐 논둑길을 달려 30분을 왔다. 이젠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 산길을 넘어가야 한다. 양섶을 보니 산딸기나무, 아카시아, 밤나무 등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이 빽빽하다. 중턱의 솔밭길을 지나 내리막길에 다다르니 불긋불긋 익어가는 고추와 자줏빛 고구마밭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동네를 지나 샛길로 조금 들어가니 숲속의 작은집이 언뜻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다.

난 낡은 자전거를 마당에 세우며 엄마를 부른다. 색바랜 부엌문을 급하게 나서는 엄마를 보며 “모처럼 햇볕이 없어서 자전거를 탔어” 하면서 들어서는데 엄마의 지팡이 발은 벌써 마당을 디디고 계셨다. 꿈속에서조차 그리운 내가 살던 곳. 하지만 학창시절에는 이곳이 지긋지긋했다. 왕복 세 시간을 꼬박 걸어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발바닥에 굳은살이 훈장처럼 남아 있다.

결혼하고 나서는 거의 걷지 않았다. 20분 이상 거리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다. 내가 다시 걷기를 시작한 데는 계기가 있었다. 2년 전쯤에 보험공단에서 벌인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고혈압과 혈당이 있으니 2차 검진 요망, 식생활 개선과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온 것이다.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결과였다. 내 몸은 날씬하다 못해 날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었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참 만에 운동을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먼저 식생활 개선에 들어갔고 걷기 시작했다. 식생활은 천천히 씹어서 삼키고 과식을 줄이고자 잡곡을 이용하였고, 맛이 없어도 싱겁게 조리했다. 걷기를 처음 할 땐 어색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걸었고, 익숙해졌을 땐 점점 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젠 흙냄새 맡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학교 운동장을 걷고 있고, 요령도 생겨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1시간 이내의 행선지는 걸어서 다녀온다.

허리를 반듯이 펴고 걷다 보니 자주 생기던 허리 통증이 줄어들었고, 오후만 되면 피로했던 증상이 사라졌다. 생활에 활력이 생기다 보니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갔다. 몇 달 전부턴 남편도 걷기 시작했고 자신감이 부족한 내 아이도 걷기 시작했다. 느림보 거북이가 마지막엔 승리하듯 인생의 마지막 고지엔 건강한 내가 서 있을 것 같다.


고은순/전북 군산시

‘느림’을 통해 자유를 늘리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걷기, 불끄고 지내기, 돈 안쓰고 지내는 실천법도 좋겠습니다. 비결을 나눴으면 합니다. edge@hani.co.kr로 글(200자 원고지 6장 분량)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채택되면 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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