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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뒤뚱뒤뚱 다가온 ‘예비엄마의 행복’

등록 2007-10-29 18:08

나의 자유 이야기 /

불같은 성격 탓에 한번 꼭지가 돌면 앞뒤없이 달려드는 성격이라 사회 생활과 가정 생활을 무난히 하려고 틈틈이 핏대가 치솟는 뒤통수의 나사를 조이며 살아온 터였다.

방년 27세에 ‘계획대로 덜컥’ 아이가 생겼다. 임신 뒤 돌아보니 아이에게 자랑할 것이라고는 없는 엄마가 될 처지였다. 더군다나 아이가 나의 급한 성격을 닮으면 저도 피곤하거니와 엄마인 나도 피곤할 것 같다.

임신·출산의 부담을 모두 가정이 특히 엄마가 감수해야만 하는 현실. ‘어머니, 왜 나를 낳으셨나요?’라고 원망해도 ‘그러게’라고 대답할만한 첩첩산중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지금 직장여성의 임신이란 비용편익 분석상으로는 비합리적인 행위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임신을 하자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지고, 몸도 불편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안먹어도 살 수 있군’이란 사실을 확인하게 한 지독한 입덧을 거치면서, 배가 조금씩 불러 어찌할 수 없이 티가 나자 마음을 비우고 똥배를 감추기 위해 배에 더이상 힘을 주지 않게 되면서, 더 이상 뛰듯이 남들을 밀치고 걸을 수 없게 되면서, 어느 순간 항상 머릿속 한 구석을 차지하던 조급증과 그 원천인 불안감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출근할 때 5분을 줄이려고 걸어서 지하철역에 가는 대신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안오면 있는 대로 짜증을 냈다. 그런 내가 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슬로우 비디오처럼 휘적휘적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제는 걷다가 숨이 차면 멈춰 선다. 발걸음을 멈추면 새로운 세상이 다가온다. 그때까지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귀를 간질이고 바람에 이파리 사각거리는 소리까지 들린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동요를 흥얼거리며 리듬에 맞추어 손가락으로 배를 꼭꼭 눌러가면서 아이와 함께 걷는다.

물론, 이 모든 게 지하철역으로 오가는 1시간 정도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곧바로 팔로 울타리를 만들어 배를 보호해야 하고, 퇴근할 때면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오른 다리를 끌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 1시간이 힘든 하루를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얼마나 더 신비로운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임신이라는 경험이 불가피한 힘든 시기만은 아닌 것 같다. ‘엄마’가 될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자연의 선물이 주어지는가 보다.

조정민/동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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